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11

내가 내명에 못 죽어


BY 蓮堂 2004-06-29


'人命은 在天'이라는 말 땅바닥을 기는 짐승도 알법한 얘긴데
정작 이 목숨이라는 거 숙명으로 돌려 버리면 마음을 비우게 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가 몇살 까지 살 것인가에 화두를 두게 되면 어느순간 머리가 마비되는것 같이 굳어진다.
까짖거...부르심이 있을때까지 그냥 죽치고 사는거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던데..
그냥 던져 놓으면 편하다....조금은 나태하고 안일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 옛날 시조모님께서 아흔 하나에 세상을 떠셨는데 그때 하시던 말씀이 귀에 박힌다.
"내가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아직도 더 살 나이인데.."
그 어른은 당신의 연세를 인정 하시지 않으셨다.
말하자면 억울해 하시는 그 어린애 같은 표정이 잊혀 지지않는다.

'내가 내명에 못 죽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자기 외침인가 싶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인데 그럼 누구의 명을 대신해서 죽는단 말인가...
그 말속엔 삶에 대한 애착이 물씬 베어 있는것 같다.

얘기가 이상하게 흘렀는데.

얼마전에 모처럼 내려온 아들녀석을 데리고 남편이랑 조상님 산소에 인사 드리러 갔을때다
작년에 운전 면허증을 딴 아들녀석이 운전대를 잡자 난 머리끝이 곤두 서는것 같았다.
남편이 조수석에서 강사 노릇을 한다고 했지만 뒷좌석에 앉은  난 지옥행 열차를 탄것 같았다.
그동안 아들녀석은 운전대를 잡아보지 못했다..학교에 가 있느라고.

"아이구, 아들아.........다음에 해라...."
난 반 애원조로 아들의 팔을 잡고 사정을 했다.
"이런,....이러니 운전을 못하지......"
남편의 핀잔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아들의 그 무모함 만은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父子의 작당(?)에 난 기어이 뒷좌석에서 열심히 간을 콩알 만하게 만들수 밖엔 없었다
아들녀석은 몇번 시동을 꺼뜨리더니 서서히 출발 하는데 난 손에 물이 베이는걸 느꼈다.
'아이고...조상님....조상님 뵈러 가는데....굽어 살피소서....'
앞에서 마주오는 차가 눈에 띄면 난 무조건 입에 침을 튀겨야 했다.
"아이구.아들아...오른쪽으로 붙어라..."
"속도를 낮춰.....커버길이다....."
"기아 바꿔라...소리가 너무 요란하다......"
"내리막 길이다....브레이크 조금 밟아주라..."

달려오는 차가 곧 덮칠것 같았고
브레이크가 파열되서 차가 뒤집힐것 같았다.

내 주문에 기가 막히는지 아들 녀석은 차를 한켠에 세우더니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잘 아시면 여기 앉아서 엄마가 하세요"
(아들 녀석은 운전 못하는 지 에미를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때론 면박을 주고.)
남편은 어깨를 덜먹이며 키들키들 웃고 있었고 나를 쳐다보는 아들녀석은 묘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런...불효 막심한 새끼가......

입다물고 조용히 있으라는 부자의 주문에 심사가 뒤틀려서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앞만 노려봤다.
아들녀석은 의외로 침착하게 운전을 잘하는것 같은데 내 손바닥은 물기로 젖어 있었다.
남편은 이럴때보면 저양반이 왜 강사가 못 됐나를 의심하게 했다.
찬찬히 알아듣기 쉽게 잘도 해 주는데 나한테는 왜 그렇게 저승사자같이 굴어서 연수를 못 하게 하는지.

한참을 달리던 아들녀석이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더니 차가 흔들리도록 차를 세운다.
전후사정을 미처 살피지 못한 나는 머리에 쥐가 날것 같았다.
산길에 접어 들었는데 다람쥐가 잽싸게 지나감과 동시에 아들이 차를 세운것이었다.
그런데 놀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아들과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고...

목적지에 닿으니까 난 온몸에 힘이 빠져서 걸음을 떼 놓을수가 없었다.
발이 후들거리고 온몸은 땀에 절여서 한기를 느껴야 했다.
그러나 나의 이 갸륵한(?)맘은 간곳이 없이 부자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자네..앞으로 이 차 타지마...원 시끄러워서........"
"엄마...이따가 가실때 버스타고 가세요...제가 또 운전 할건데요"
나를 죽일려고 아주 작당들 하고 있다.

돌아갈때도 난 그 지옥행 차를 또 타야 했고,
여전히 뒷좌석에서 침을 튀기면서 줄어들 대로 줄어든 콩알만한 간을 녹두알로 만들어야 했고,
부자의 밉지않은 구박을 받아야 했다.

내가 내 명에 못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