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녀석 백일복을 살려고 베이비 코너에 갔다.
아이들이 다 커 버린 지금 아동복 코너조차 졸업을 하고 보니
손바닥 만한 꼬맹이 옷이 마치 인형 옷 같이 앙징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랗게 물들인 긴 머리를 질끈 동여맨 점원 아가씨가 쪼르르 쫓아온다.
"옷 사시게요?"
"네......남자아이 백일복으루....."
그러자 그 점원 아가씨가 한다는 소리가,
"아, 네....누구?.... 손자 백일이신가 봐요?"
머???? 손자????
전자 총에 맞은것 같이 온 몸이 저려왔다.
이럴땐 웃어야 하나 성을 내야 하나...
어이없어 쳐다보는 나를 보자 눈치빠른 점원 아가씨가 한다는 소리가..
"아이구, 손님....요즘은 마흔 살 갓넘은 할머니가 얼마나 많은데요.."
무안함을 문지르는 변명인지 사실인지는 몰라도 내 심기가 편치않음에
잡은 고기 놓칠세라 열심히 입에 침을 튀겼다.
"조카 녀석 선물 할거예요."
'조카녀석'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면서 나 자신이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살 뜻을 비치자 아가씨는 이제 단계를 높히기 시작했다.
"골라 보세요,손님......그런데.... 참 고우세요...지적이시고....."
빤히 쳐다보면서 셀셀 웃는다.
이런........약을 주려거든 병을 주지 말든지....
(아첨이고 거짓말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ㅎㅎㅎ)
아가씨가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며 골라준 신제품 백일복을 사가지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다리에 힘이 빠져 나가는것 같았다.
이 나이면 며느리 손자보는게 당연한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 기막힌 착각..
친구들이 며느리 본다고 청첩장 보내거나
손주 자랑하는 친구를 면박을 주면서 '첫새벽'을 운운 하였을때
난 나하고는 상관없는 강건너 불인줄 알았다.
조카녀석을 안고 나가면 그래도 '늦둥이'로 봐주면 그나마 위안이 되는데
'손주'냐고 물으면 아이를 그자리에서 팽개치고 싶었다
(조카가 무신 죄가 있다고 ㅎㅎㅎㅎ)
여자들은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하면 인정하려고 들지만
나이보다 많아 보인다고 하면 인생 다 산것 같이 하늘이 시커멓게 보인다.
사실을 부인하고 거짓을 인정하려는 이 이율배반....
요즘 주부들 나이 가늠이 힘들다.
예전처럼 생긴대로 살면 어느정도 짐작이 가는데
문명이 발달하여 세월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놓았는데 무슨수로 쪽집게가 되나?
주름살 제거 수술에다가 다이어트로 몸매관리..
고가의 화장품으로 나이를 줄이고 숨기는데 알아볼 대책이 없다.
아가씨가 실수한게 아니고 다만 결례를 한거다
여자들의 아킬레스건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으니....
인정하려 들지 않는 나 자신이 비겁한것이고 .......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사람 아무도 없는데 모두들 골리앗이 되고 삼손이 되려고 한다.
나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뭘까.
암만 생각해도 해답이 떠 오르지 않는다
확실한건,
젊게 보이는 만큼 이뻐 보인다는뜻????
그럼,,,,이뻐 보이면 엇다가 쓸건데.....
미세스 코리아에 나갈일 있나?
아니면 다시 연지찍고 곤지 찍을일 있나?
그것두 아니면 속된말로 'Huntting' 할 건수라도 건질건가...
아무런 명분은 없지만 그냥 젊고 이쁘다고 하면 무조건 기분 좋은거다
'아지매 떡도 이뻐야 잘 팔린다'라고 했다가
남편한테 억시기 혼났다
혼난 이유를 모르겠다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