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손에 쥔 면허증이 이제는 애물 단지가 되어 버렸다.
파견근무 간 남편이 두고간 차는 먼지를 보얗게 뒤집어 쓴채 주차장에 엎드려 있었지만 키를 꽂고 움직여 볼 용기는 죽어라고 나지 않았다.
화물차 같으면 엄두를 내어 보겠는데 앞 본네트가 유난히도 길어 보이는 우리차는 보기만 하여도 겁이났다.
싸부를 모시고 싶었지만 적당한 사람도 없고,
이럴때 파견 나가있는 남편이 유난히도 아쉬웠다.
가끔씩 집에 내려오는 남편은 한심한 표정을 짓는다.
"차를 통째로 안겨줘도 키도 못 꽂는사람이 면허증은 왜 땄누?"
하이고 이 양반아,내가 따고 싶어 땄수?
등떼밀어서 따게 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여 할것 아니우?
목구멍까지 기어 올라오는 말을 밑으로 구겨넣으며 꼭꼭 삼켰다
남편이 잘 아는 사람을 소개 시켜 주었다.
차에 대해서 박사라는 사람을.......
'내 아내를 잘 부탁하네.....'라는 신파극 극본 같은 말을 남기고
남편이 떠나던날 낮에 소위 '연수'라는것을 받으러 차에 올랐다.
왠지 사람이 맘에 안들었다.
(돼지 인물보고 잡아 먹는건 아니지만...............)
집에서 시오리 정도 떨어진 한적한 시골 지방도에서 떨리는 맘 가다듬고
박사님(?)의 자상한 가르침에 핸들을 잡았는데.........
왠걸?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먼 박사님 때문에 연수가 아닌 고문이었다.
필요이상의 친절과 쓸데없는 오버 액션............
머릿속이 헝클려서 부레이크와 엑세레이드를 구별할수가 없었다.
후회 막급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통째로 던져주고간 남편이 야속하기도 했고
도끼인줄도 모르고 발등 내민 나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다.
차에 내려서 돌아가자고 했더니 고양이는 당황해 하는것 같았다.
처음이라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서 안되겠다는 핑게를 둘러대고
뒷좌석에 앉았다
왠지 자존심이 박살난것 같았고
이렇게 까지해서 핸들을 잡아야 할까를 생각하니 처량한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 밤에 고양이가 전화를 했다.
9시가 넘은 야심한 밤에..........
낮에는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안나니까 야간 연수 해 준다꼬.......
도끼인줄 알고 있었고,
잿밥에 맘있는줄 알고 있었고,
고양이의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고 있었는데 야간 연수라고?
속이 유리알 같이 비추이는줄 모르고 고양이는 은근하게 나올것을 조른다.
나는 생선도 아니고 잿밥은 더 더욱 아니고
발등 감춘게 언젠데 아직도 도끼들고 견주고 있나?
이 기막힌 첫 연수의 오발탄은 한번으로 끝나버렸다.
영문 모르는 남편은 끈기가 없어서 운전 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다고
화를 냈다.
그래도 애초에 글러먹은게 백번 낫지........ㅎㅎㅎㅎㅎ
흔히들 남편에게는 연수 받지 마라고 한다
이혼장 써서 운전대에 꽂고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한 상대니까 불편하고 상스런 말이 오갈수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가르침인데 소홀히 가르치고 배운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남편에게 가슴에 못 박히는 기막힌 말을 듣는 순간에는 이혼도 불사할것 같이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겠지만 길게 앞을내다보면 약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는 알게 될것 같다.
챠령 10년째였던 우리차는 타고 있으면 탱크소리와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냈었다.
큰 사고 이후에 여기저기 결리고 쑤시는데가 많은지
타고 있으면 목에 가래 끓는소리, 기침소리..여간 시끄러운게 아니었다.
남편은.
"당신이 핸들 잡기 전에는 차 못 바꿔..아니 안 바꿀테니까 알아서해"
그러나 결국은 핸들도 잡아보지 못하고 차는 바뀌었지만
가끔씩 후회하는 소리를 내 뱉는다
'헌 차 였을때 연수 받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