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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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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BY 蓮堂 2004-06-29

  

이말이 표준어인지 사투리인지 확실이는 모른다.
다만 '~~척 하는것' 정도의 얄팍한 지식만 있을뿐...
겉으로 드러냄을 수치로 알고 안으로 안으로 구겨 넣고 시치미 뚝 따는것.
뻔하게 눈에 보이는데도 아니라고 도리질 하는것.

프랑스와즈 샤강의 '흐트러진 침대'나
정연희님의'石女'를 보면은 소설 첫 머리에 情事장면이 나온다.

아무런 생각없이 책 두껑 열었다가 급소를 맞은 기분이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소리가 나도록 책을 덮어 버리고 딴청을 부렸다.
얼굴이 뜨거운 물 뒤집어 쓴것 같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가슴은 민망할 정도로 콩닥 거렸다.

다시 책을 집으려니 손끝이 떨려서 집혀지지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 시절은 남학생 목덜미만 봐도 고개를 돌리던 부끄럼 많던 여고시절...

그런데 멀쩡한 정신으로 낯뜨거운 애정소설을 읽으려니
명치끝이 따끔거릴수 밖엔 ........

여고 시절에 가장 인기 있었던 '박계형'의 소설이 수업시간도 가리지않고
교과서 속에 숨어서 사춘기의 정서를 유린(?)하고 있었다.
주로 1인칭 소설이어서 쉽게 빠져 드는데 한몫을 하는것 같았다.

연애대장으로 소문난 친구가 수업시간에 들켜 버렸다.
간덩이 크게....그 책위에는 세기의 명작 '죄와벌'을 터억 올려놓고...

보던책 가지고 나오라는 선생님의 엄명에 '죄와벌'을 가지고 나갔더니...
평소의 그 친구 지적 수준을 꿰뚫고 계시는 선생님이 그냥 지나칠리 만무다.
"이 책 재미 있더나?"
"예, 선생님 억수로 재미있어요."
"그래?..그라믄 이책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 뭐더나?"
"??????"....
그래서 그 친구는 '직무유기'에 '사기죄'가 추가 되어서 가중 처벌을 받았던것 같다.

와따나베 준이치 님의 '실락원'을 읽어보면
삼류 소설보다도 더 지독한 정사장면을 리얼하게 묘사해 놓았다.
스토리만 양념으로 조금씩 가미해 놓았을뿐 차라리 포르노 소설에 가깝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베스트 셀러에 올라서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다니
性에 대해서 얼마만큼 오픈되어 있는지 짐작이 가는 사례다.
자주먹는 음식에 식상하듯이
情事장면이 책 전체를 도배질 하다보니 말초신경을 건드리는데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일본 사람들은 性에 대해서 우리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숨기면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
서점엘 가도 포르노 잡지를 자유 자재로 구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미성년자에 대한 재제 조치도 없다고한다.
만일 있다고 해도 아주 미약한 정도...

우리는 어떠한가..
숨기고 또 숨겨서 드러냄을 아킬레스건으로 알고
性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주위를 두리번 거리거나 목청을 쉰소리가 나도록 바닥으로 깔아버린다.

그러나,
서방 삼일 탈상에 목쉰 년이 가지밭엔 먼저 엎어지더라나 자빠지더라나..
시쳇말로 뒤로 호박씨 까는 사람 한두명인가???
드러내서 작살 날 일 같으면 작품을 만들지 말아야지...

또 옆길로 새 버렸네..
숨기는게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
그건 내숭이 아니고 현숙하고 조신한 아녀자가 취할 도리였다.
보고도 못본척...
들어도 못 들은척...
알아도 모르는척.....
척,척, 척,.......

그 인내심 그 헤아림으로 한시대를 거쳐는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이 입속에 가두어 놓고는 살수 없는 시대에는
호랑이 담배피던 머언 '전설의 고향' 같은 얘기다.

열려있는게 다 좋은게 아니다.
투명해서 좋을게 따로있다.
거짓말 하고 내숭은 그 근본 부터가 다르다.
거짓말은 없는것을 있는것처럼 있는것을 없는것 처럼 변조하는 것이고
내숭은 있는 사실을 변조나 왜곡하지않고 다만 말만 안할뿐이다

다 까발려서 책임못질 폭로성 발언 보다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저장해야할 나 만의 얘기라면
아름다운 '내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