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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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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출


BY 蓮堂 2004-06-29


훌쩍 떠나왔다.
남편이랑 집안 어른들은 납골당 문제로 모두 산으로 올라 가시고...
적당한 핑게를 만들어서 난 훌쩍 그냥 떠나봤다.

눈에 보이는 버스를 행선지도 보지 않은채..
떠나고 보니 대구행....
그리고 또 내려서 시골가는 버스에 몸을 얹고 차창으로 보이는 부분만 내 안에 허용했다.

내리고 보니 고령군 대병면이었다.
그 유명한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
곳곳에 전쟁의 상흔을 대변한 세트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을듯이 너브러져 있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인데, 과연 그 영화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볼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싱겁기 짝이 없는 전쟁영화가 될까  두려웠다.

천만명 돌파를 코앞에 둔 싯점에서 너무 쉽게 싱거운 영화로 비치지 말아야 할텐데..
의외로 북적 거리는 관광객을 보니까 과연 한국영화의 저력이 보이는것 같았다.
미국에서도 시사회를 할때 기립 박수를 보내지 않았던가..

부서진채 폭파의 흔적은 그대로 멈추어 있었고.....만들때 아예 부서진것을 만들었다.
피를흘리며 비틀걸음으로 아우성 칠것 같은 시커먼 건물들...

동행없이,
한마디 대화 조차도 나눌사람  전무한 이곳의 낯선 기억은
이 세트장이 주는 강한 이미지로 쉽게 지워지지 않을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따뜻한 녹차를 건네왔다.
"혼자 오셨어요?"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차를 건네 받고 보니 내 또래의 낯선 남자였다.
그도 혼자 왔다며 은근히 반기는 눈치에 왠지 거부감이 생겼다.
"아뇨.....동행이 있어요.....저기~~저 차에...."
차주가 누군지도 모르는 흰색 소나타차를 가리켰다.

실례했다고 가볍게 목례를 보내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중년의 바람소리를 들었다.
그 남자가 주고간 녹차의 따뜻한 온기를 손에 잡은채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우스의 딸기가 제철을 만났는지 길손의 발목을 잡아챈다.

우리 애들이 좋아했는데..객지에서 저 맛을 알고 살고 있을까..
문득 부모의 테두리를 벗어난 아이들의 근황이 궁금해 진다.

집을 떠나서 혼자 이렇게 해방된 기분으로 낯선곳을 기웃거리는 이 에미를 어떻게 해석해줄까.
슬며시 웃음이 묻어난다.
'엄마도 센치한 구석이 있네.....'
딸아이의 그럴듯한 대사가 그려진다.

그래..엄마도 그런대로 멋있게 살고 싶다.........
어느 스님이 나보고 그러시더라...
'끼가 많은 분입니다....'
그래서 무슨 끼냐고 물었더니..........'멋을 아는끼'라고 하더라....하하하

집을 나설때는 '화려한 외출'을 기대했는데
'조촐' 했지만 '소박한 외출'이었다고  자축하는 기분으로 돌아올수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