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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은 잡았는데 (2)


BY 蓮堂 2004-06-29


갈등이 생겼다.
작은 시누이는 잃은 사람이 죄가 더 많다며 덮어두자고 했고
나는 잘못된줄 알면서도 지나치는 어른이 아이보다 더 나을게 없는것 같아서
일단은 알려야 한다고 했다.

몇년전에 노름과 주사 때문에 남매를 갈라서 맡기로 하며 헤어져서
조그마한 치킨집을 꾸려가며 어렵사리 살고있는 아이엄마,
대낮에도 붉그레 한 얼굴로 치킨 배달 다니며
가끔은 손님들과 술잔 기울이며 젓가락 두들기는 여자.....
과연 얘기해서 얼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
자식일인데...
Out-line에 무게를 두고 싶지 않아서 일단은 반응을 보기로 하였지만
막상 그 집앞에 다다랐을 때에는 아이를 적발 하였을때 보다도 더 가슴이 떨렸다.

시누이랑 셋이서 마주앉았다.
어렵게 입을떼었는데......
기절초풍할 말에 분명히 까무라쳐야 하는데....
마치 드라마 예고편을 보고 난 사람같이 덤덤한 표정에 찾아간 우리가 오히려
무안하고 머쩍어서 긁어서 부스럼 낸것같은 모양새에 죄를 지은 사람 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데 왜 와서 고자질 하느냐 하는 표정에
발등을 찍고 싶을 만큼 후회가 되었다.

이야기인 즉선...
얼마전 부터 아이에게 만원권 지폐가 눈에 띄어서 물어보니
길에서 주웠다고 하더란다....번번이...
그래서 '저년이 에비복은 없어도 돈 복은 있으려나....'했단다.
기가 막힌 엄마의 추리에 할말을 잃었다.
쌀 한가마니 값보다 더 많은 돈이 어린 딸애의 손에서 녹아 나는데도
무신경 무관심의 극치가 도를 넘어섰다.

"아이고... 웬수 같은 놈 만나서.......이 년의 팔자가....."
로 시작되는 그 여자의 신세 한탄과 차마 듣기 거북한 넋두리는
우리가 찾아간 이유를 상실 시키고 있었다.
마치 우리 두 사람의 죄인양....
자기와 자기딸은 이 사회의 피해자 인양.....
기고만장한 논리로 자기 딸의 행위를  조금이라도 합리화 시키려 들었다.

'당신네들도 내 처지라면 아마 지식들이 그러지 마라는 법 없다....'
'팔자좋게 잘 살고 있는 당신네들이 내 심정을 어찌 아느냐....'
'교육은 학교에서 시켜야지 집에 있는 부모들이 뭘 알겠느냐....'
'미안하게 되었는데 돈은 살아 가면서 갚을수 있으면 갚겠다...'

그 여자는 세상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고 있었고
모든 세상 사람들을 보는 눈이 이상하게 꼬이고 뒤틀려 있었다.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물에 빠진사람 건져 놓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
잘못된 자식의 행위에 대한 혹시라도 가질수 있는 우리의 질타를 아예 입막음 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자신의 신세 한탄으로 이 순간의 소나기를 피하려는 얄팍한 자존심..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찾아 볼수도 없었다.

옛말에도,
喪主보다 哭쟁이가 더 섧게 울더라고..
정작 침을 튀기는 그 여자는 독이 새파랗게 올라 있는데
마음이 여려빠진 시누이는 연신 코를 훌쩍이며 눈자위를 붉혔다.
'맞아, 맞아 왜 안그렇겠어.....그럴수도 있어.....'
맞장구 치며 그 여자의 각본에 더 섧게 섧게 우는것이었다.

하는양을 가만히 지켜보니 이미 짐작을 하고 있는 사안이었다.
'내 아이는 그렇진 않을거다...설마???'
행위가 드러났을때의 그 절망감이 무서워서 짐작을 하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몸에 5대 영양소중 한가지라도 결핍되면 몸의 균형이 깨어진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보충을 해 주어야 하는것 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결손 가정이 아닌 결핍가정의 아이들...
사랑과 따스함이 부족하고,이해가 부족하고 도덕과 윤리가 결핍된 아이들..
그 결과는 우리 몸이 허물어 지는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앉아있는 자리가 사돈집 안방보다 더 불편했다.
빨리 벗어 나고 싶었다.
하고 싶은말은 한마디도 못한 채 오히려 들러붙은 혹때문에 곤혹 스러웠다.

공자님 말씀,부처님 말씀은 굳게 바리케이트 치고 있는
깊게 옹이 박힌 아이 엄마의 견고한 벽을 뚫는데는 미치지 못할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우리 두사람을 인정하고 대접해 주고 있는 그 여자가 우리 한테도 이러한데
어느누가 얘기한들 엎어지고 자빠지며 고마워 할것인가.

돌아오는 두 다리에 힘이 빠진다.
"이제 우리애가 언니(시누이) 집에는 안갈거야~~~"
뉘앙스가 묘한 그 여자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혼란 스러웠다.
그럼 딴집에는 갈수 있다?????

가정교육이 우선인데도
교육은 학교에서만 시키는걸로 착각하고 아이의 그릇됨의 화살을
학교를 겨냥해서 날리는 아이의 엄마에게 해 줄수 있는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리 나름대로의 의사를 밝히고 똑같이 자식 키우는 엄마로서
질타나 충고 보다는 아이를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를 얘기 하고 싶었다
그런데.....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아이가 왜 그렇게 어긋나야 했는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엔....

'여드레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 들어가는'......

그 여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돈 찾을려고 찾아간 '속물'로 보아 버린게 너무나 불쾌했다.
흔한말로,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버렸다.

누울자리보고 다리 뻗으라고 했는데
다리 뻗을 만큼 넉넉하고 편한 자리가 아니었나 보다.  

돌아 오면서  손에 쥐고간 아이의 자백서를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