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작은 시누이가
알게 모르게 도둑맞은 사실을 적지않은 돈을 잃고 난 뒤에야 발설을 했다.
숨길려고 숨긴게 아니고,
아는 아이의 소행 같아서 두고 보다가 잡을려고 벼르고 있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이 안되니까 나에게 구원을 요청해왔다.
아직도 아이들이 어려서 수시로 들락 거리다 보니
문을 안잠그고 다닌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지만
오손도손 모여사는 이웃과의 친분으로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로 시끄러워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웃 꼬맹이들로 집안은 항상 난장판이었지만
너그러운 시누이 성품에 얼굴 한번 붉힌 적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돼지 저금통이 없어지고 서랍에 넣어둔 잔돈도 야금야금 사라지고
지갑속까지 좀도둑의 흔적이 찍혀 있었단다.
처음에는 두 남매를 의심했지만 돈에 욕심낼 만큼 돈을 몰랐고
또 그런 주변머리가 든 애들도 아니었다.
며칠을 머리에 쥐가 나도록 이웃 아이들을 의심해도 도저히 수사선상에 오르는 아이가 없었는데
문득 스치는 아이가 있었단다.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사는 4학년짜리 여자 애 ......
별로 친분도 없는 애가 놀러왔다고 이따금씩 드나들어도 별 의심없이 반겨주고 먹을것을 챙겨 주었다는데
설마????
며칠을 지켜보니 영락없이 그애의 소행이더란다.
돈 씀씀이가 헤프고 유난스럽게 인사도 잘하고...소름이 끼치더란다.
잡고 다구칠려니까 도저히 용기가 안 나더라나..그래서 나에게 S.O.S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난 뭐 강심장인가...
도둑은 뒤로 잡으라고 했것다.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날..
시누이 내외가 시골가는날 우연히 공(?)을 세우는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시누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문제의 그 아이가 마침 우산을 받혀들고 오는게 보였다.
순간, 가슴이 쿵 소리를내며 내려 앉는 것 같았지만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대뜸,
"아름아, 너 우리 다혜(시누이 딸) 못 보았니?"
그러자 서서히 걸려 든다.
"아아아뇨....왜요?" (볼 턱이 없지...제 엄마랑 시골 갔으니까)
"으응~~지금 집이 비었으니까 보거든 집에 오라고 얘기좀 해주라...문 안 잠갔거든~~~"
'문 안 잠구었다'는 말에 악센트를 주면서....
그러자 반색을 하는게 역력히 드러난다.
"예!!!!그럴께요...그런데 아줌마는 어디 가세요?"
내 거취까지 야물게 챙겨 놓고 싶었나 보다.
둘다 꼬리를 감추고 주거니 받거니...
"응 ,나 시장에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다...꼭 부탁한다~~~"
큼직한 미끼인줄도 모르고 덥석 물고는 허리가 꺾이게 인사를 한다.
"걱정 마시고 안녕히 다녀 오세요오오오........"
방망이질 하는 가슴을 억누르고 아이가 시누이 아파트 계단을 올라 가는걸 보고
조심스럽게 발자욱을 떼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경찰관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몰러)
삐죽이 열린 현관문 앞에 그 아이의 우산이 보이자 현깃증이 났다.
지금부터 각본을 어떻게 써야 될지 머릿속이 헝클렸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자 막 안방에서 나온 아이와 딱 소리가 나도록 마주쳤다.
예측한 마주침이지만 놀라기는 내가 더 놀랬다.
별로 놀라지 않는 아이....이 아이가 초범이 아니구나...
"시장 안 가셨어요??...다혜가 없네요..암만 찾아봐도요..."
영악스러운게 도를 넘으니 앙큼이라던가....
다짜고짜 손목을 나꿔채서 그 자리에 주저 앉히고 심문을 시작했다.
종이와 연필을 주고 엄마한테 하고 싶은말과 그동안에 훔친돈의 액수를 쓰라고 했더니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제발 엄마한테는 이르지 마라고 두손을 모아서 싹싹 비는게 애처로워 보였지만
인정에 끌리기에는 아이가 너무 당돌하고 싹수가 노랬다.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어른이 알아야 할것 같았다.
'엄마,재송해요
다시는 엄마 속 안써길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시작한 반성문은 두줄을 못넘기고 아이는 훌쩍 훌쩍 울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팠다.
죄는 밉지만 인간은 미워 하지 말라고 했던가..
괜한 일에 뛰어들어서 내 모습이 이게 뭔가
시끄럽고 뒤틀린 집에 태어 난 죄로 부모의 업을 고스란히 껴 안아야 될지도 모르는 저 아이를 모른채 그냥 돌려 보내 버리기에는 내 맘이 허락치 않았다.
여기서 끝낼것 같지 않은 저 아이의 비뚤어진 행보를 바로 잡아 주어야 하는게
어른된 도리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냉정해 질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자백서를 받아든 손이 가늘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