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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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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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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의 한


BY 蓮堂 2004-06-29

살아가면서 누구든지 후회되는 일이나 후회하는일은 순간 순간 쌓이는 법이다.
후회는 과거형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은 어리석은 자기 판단이다.
그러기에 되돌릴수 없는 , 이미 기회를 놓칠수 밖에 없는 나의 흔적이기도 하다.

천추의 한이란,
오랜시간동안 쌓이고 쌓여서 이승에서는 어쩔수 없는 자기 과오와 실수 그리고
약간의 고의성도 내포될수 있는 어쩌면 이기적인 자기 잣대의 흔들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이 '한'의 굴레에서 발목잡고 있는 게 있다.
'恨'이라고 이름 짓기엔 너무 덩치 큰 단어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어떤 말로도
나의 실수를 대변할 단어가 마당히 떠오르지 않는다.

결혼과 동시에 던져버린 사표다.
난 과감하게 '사직서'에 도장 누르고 뒤도 안돌아보고 그 자리를 버렸다.
5년동안 몸 담았던 - 쉽게 들어간 자리가 아닌-  그 자리를............

물론 아무도 나의 이런 결정에 브레이크 거는 사람도 충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결혼한 여자는 직장을 가지는게 아니다'라는 강한 사회적인 통념이 그렇게 나를 놓아 버렸다.

시대적으로도 직장에 계속 다니는게 왠지 쭈글스럽고  청승맞아 보였었다.
남편이 오죽이나 변변치 않으면 여자가 돈을 버냐???...........
어쩌면 이런 이유가 나를 더이상 사회에 붙잡아 놓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짧고 얕은 생각이 스무해를 더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너무 힘들고 모든 행정시스템이 지금처럼 현대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 자리를 버리는데 한몫하고 들었다면 이건 핑게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이런 후회한다면 내 자신이 더 비참할거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나'를 버렸다는것이다.
'우리'를 위해서 '나'는 그 자리를 지킬수 없었던게 가장 큰 이유다.

안에서 마시는 공기와 바깥 공기는 틀리다.
질식할것 같은 실내 공기에 길들여졌지만 난 바깥공기가 그리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 '나'를 그렇게 어이없이 버리는게 아니었다.

때로는 삶의 방관자가 된 기분이다.
흘러가는대로.....굴러가는대로....
찢기든 부서지든 난 팔짱끼고 그렇게 쳐다만보고 산 적도 있었다.

과거에 연연해서 현재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음 만은 범하고 싶지 않지만
아직도 살아갈 날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난 감사하게 살아야 한다

恨은,
그냥 이룰수도 되돌릴 수도 없으니까.......

난,
운명에 순종하며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