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 보러 재래시장엘 갔었다.
제사나물 장만은 꼭 국산을 쓰는 까다로운 내 성미가 문제였다.
고사리를 살려고 여기저기 기웃 거리는데 마침 어떤 할머님이 좌판에 고사리를 뭉쳐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계셨다.
으례히...
"할머니, 이거 국산이예요?"
힐끗 쳐다 보시더니.......
"북한 산이여...."
난 두말도 않고 지나치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국산은 눈씻고 봐도 없네......."
그러자 할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는것이었다.
"이봐요 새댁....북한이 어느 나라여?.....미국이여?.....뙤국이여?"
언성을 필요 이상으로 높히시는데 난 뜨악해서 쳐다 봤다.
"북한이 외국이여?......이게 어째서 국산이 아니여?"
난 할말을 잃었다.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난감했다.
"이봐요 새댁...... 나 이북 사람인데.......사람들이 북한산을 수입품이라고 하는데 환장혀"
할머님의 말씀은 이어졌다.
"지랄하고......금하나 그어놓고 니나라 내나라 찾고...."
실향민의 아픔을 대변해 주시는데....
"할머니, 제가 잘못 되었구만요"
난 그자리에서 꼬랑지 내리고 두말 않고 고사리를 사들고 왔다.
어느 누가 북한산이냐고 물으면서 사냐고.
중국제냐 국산이냐로 따지지........
그뒤로 그 할머니에게 가면 꼭 묻는다.
"할머니 이거 국산이예요?"
"그려......우리 고향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