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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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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녀석


BY 蓮堂 2004-06-29

초등학교 4~5학년쯤으로 보이는 사내 녀석이 손을 내민다.
집에 갈려고 하는데 차비가 없단다.

학원차도 놓치고 걸어 갈려니까 너무 멀고,
그래서 안면있는 나를 찾아와서 돈을 좀 빌려 달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가야 된다고 하면서 사정을 하기에 측은한 맘에 3천원을 빌려 줬다.

남편하고 늦은 저녁(외식)을 먹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 있는 오락실에서 나오는 놈을 봤다.
옷입은 매무새하며 등에 맨 가방이 눈에 익었다.

차비 없다고 돈 빌려간 그 맹랑한 녀석이었다.
순간 몸이 떨렸다.
이 늦은 시간에 집에도 안가고 오락실에서 나오는 놈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나하고 '딱' 소리 나도록 마주친 놈은 별로 놀라지도 않은 멀쩡한 얼굴이었다.
"너 집에 가지 않았니?"
아이는 아뭇 소리도 않고 땅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의미를 모르는 남편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모른척 하라고 암시를 주고는 남편을 먼저 집에 들여 보냈다.

아이는 역시 아이였다.
지은죄는 아는지 힐끔힐끔 눈치를 보면서  술술 뱉아놓는 말에 난 아연실색할 밖에.....

아이의 집이 바로 나하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 이었다.
다른곳에 사는줄 알고 있었는데 며칠전에 이사 왔단다.

영악한 아이는 날 이용했다.
아직도 먼곳에 사는줄로 만 알고 있는 나를 속인 거였다.

배신감과 그 영악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이게 아이가 할 짓이었던가....

난 아뭇 소리도  않고 아이를 그냥 보냈다.
혼란스러워서 더이상 아이하고 말 건네기가 겁이나고 싫었다.

맥빠진 걸음으로 돌아가는 내 등뒤에다가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아줌마,.....내일 우리 엄마보고 돈 주라고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