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어느때' '남자로 태어나지 못함이 억울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면 'Of course (물론이다) ..........' 라고 아주 당연스럽게 대답한다. 남자로 태어나서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 여자로 태어남에 안도의 숨을 쉬었었다. 사내 男자의 형성자체가 밭(田)에서 일(力)하는 사람이 바로 남자라는걸 여실히 증명해 보이는것을 봐도 남자들은 힘들고 삶이 버겁다. 그래서 이기적인 발상과 '팔자'라는 안일함으로 여자임에 후회를 하지 않았다. 가끔씩은 아닐때도 있지만.......... 남편은 성정이 급하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참아주는 편안함은 아무래도 부족한것 같다.....요건 순전히 내 생각.... 둘이서 외출이라도 할때면 출발점에서 부터 항상 내 속을 긁는다. 그 이유는, 참을성 적고 여자의 사정을 속깊이 꿰주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여자들이란 외출이라는걸 할랴면 절차가 꽤 복잡하다. 지금은 애들이 다 커서 내 손이 필요치 않지만 애들이 어렸을때에는 그야말로 난 원더우먼이 되어야 했다. 애들 챙기랴......집 단속 해 놓으랴.........내 치장 하랴......한술 더 뜨서 남편 뒤도 챙기랴... 그러다 보면 자연히 '꿈지락'거리기 일쑤인데 남편은 그 사정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 손목시계로 자주 시선이 갈때면 난 미리 쫄아 들어서 더 허둥되게 된다. 머릿속에 넣어둔 프로그램이 뒤죽박죽 되면서 문닫고 나오면 항상 캥기는 버릇이 알게 모르게 또한번의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가스도 안 잠근것 같았고, 화장실 물도 틀어놓은것 같았고........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건 아무래도 내 몸치장(화장)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남들처럼 耳目口鼻가 박힐 자리에 정확하게 박혀 있으면 간단하지만 무질서하게 제멋대로, 사이즈, 거리,선명도, 컬러가 내 인격을 무시한채 흠집을 내고 있기에 제자리에 박힌양 착시 현상을 일으키게 하자면 아무래도 변장 내지는 포장이 필요했다. 고도의 기술과 정성이 들어가자면 자연히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인데 남편은 세수하고 스킨 바를때부터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절차가 까마득 한데 기초단계에서 깝쳐대면 그 뒤는 질서를 잃는다. 로션을 바랐는지 크림을 발랐는지 前단계는 잊어버리고 건너뛰어서 색조 단계로 들어간다. 왠지 꺼칠 거리고 화장이 안 먹는다. 남자들이란 얼마나 간단한가. 얼굴을 서너번 왕복으로 훑어 내리면 세수도 끝나고 스킨 로션 바르고 아랫도리 윗도리 꿰어 입으면 준비 끝이다. 이럴때는 왜 여자로 태어나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야 되는가라는 반문이 따른다 물론 모든 남자들을 다 도매금내지는 헐값으로 넘기려는건 아니지만 내 남자의 경우를 봐서는 대다수의 남자들이 다 그러하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도 해 봤다. 남편 재촉에 휩쓸리다보니 어떨때는 슬리퍼 신은채로 십리 이상을 갔다가 되돌아 온적도 있었고 꼭 챙겨야 할걸 두고 왔다가 핀잔을 들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럴때는 한마디 항의도 했을법 한데 그냥 내 죄인양 입다물고 있어야 했다......빙신같이.... 아들 둘 낳은뒤 내가 태어났다고 나를 손끝에서 내려 놓지 않으셨던 부모님께는 참으로 죄스러운 말씀이지만 나를 남자로만 만들어 주셨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원더우먼으로 살지는 않을텐데하는 원망도 해 봤다. 그러나, 여자로 태어났음에 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산다. 오죽하면 '하리수'가 여자로 다시 태어났을까......... (남자가 여자로 성 전환 되었지만 여자가 남자로 전환된건 없는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