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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이 아프다


BY 蓮堂 2004-06-29

   
  작가 :그린미

맘이 아프다.
아니 아프다 못해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서 가슴이 천조각 만조각으로 너덜 거렸다.

남편이랑 법주사에서 딸애를 만나기로 했다.
딸애는 만사 다 옆으로 밀쳐두고 에미 에비 만날려고 한달음에 쫓아왔다.

 두시간 남짓 달려간 곳에서 만난 딸애와의 포옹은 언제나 가슴이 저리다.
아직도 솜털을 채 벗지도 않은것 같은 딸애는 혼자서 씩씩하게 사는게 여간 고맙지 않았다.

지금은 임용고사 준비와 교생 실습으로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어서 시간 내는게 쉽지 않을건데
부모 맘 헤아린다고 한마디 불평없이  재잘거림으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워 놓았다.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경내를 거닐면서 딸애는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털어 놓았다.
"엄마, 아빠..........사실 좀 힘든게 있어요"
얼핏 생각엔 공부나 경제적인 어려움인줄 알았는데 의외의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고 한다

 딸애와 아들녀석은 영어 실력이 만만치 않을 정도로 수준급이다.(자랑이 아니고)
그래서 딸애는 대학 진학을 영어 영문학과를 지원했지만 (복수지원해서 네군데 모두 합격)
현실적인 문제를 의식한 못난 부모는 교대(校大)로 아이를 몰아 넣었다.

 딸애는 며칠을 단식하며 울고불고 했지만 결국은 부모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고 싶었던 영어 공부는 여기서 하차 할 만큼 교대 공부는 힘들었단다
그래서 일년 휴학을 하였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자식을 이긴것이다.

 지금 졸업반이 되면서 서서히 영어 공부에 대한 미련이 새삼 생겨나더라는 거였다.
지금까지 힘들게 배워서 알고 있던 영어단어와 회화를 다 잊어 버릴지경이고
버리고 있기엔 너무 아까워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써 먹을데가 없단다.
딸아이의 얼굴에 옅은 그늘이 드리워진 것을 느꼈다.

(그래도 아들녀석은 나름대로 써 먹을 기회가 많을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교사발령 받은뒤에 대학원 진학만큼은 영어를 전공 하고 싶다고 하면서...
그런데 그게 안 쉬울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단다
버리기엔 아깝고 지니고 있으려니 무용지물 같고..

 아이의 뜻을 꺾어버린데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자꾸만 목구멍이 막혀온다.
속으로 밀어넣고 삭이기엔 딸애의 바램이 너무 간절하기만 했다.
원망을 할수도 있으련만 한마디 언잖은 소리도 비치지 않는게 더 미안했다.

왠만해서는 부모의 맘 아픈 얘기는 하지않는 속깊은 딸애가 이런 얘기를 할때에는
나름대로의 적지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취업하기 힘든 이 현실을 비추어 볼때 우리의 선택이 결코 잘못된건 아니지만
아이의 뜻대로 뒷받침 해 주지 못한  이 죄책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을것 같다.

 바꾸어 말하자면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맘을 다치게 한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요동치는 울음을 감추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