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48

이 자슥아, 내가 소방관이냐?


BY 蓮堂 2004-06-29

 
   
  작가 :그린미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남편이 쿡쿡거리며 웃는다.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
멀뚱하게 쳐다보는 내 어깨를 툭 치며 한다는 소리가...
"자네 머리 참 기가 막히게 좋네...난 놀랬어....하하하"
이 무슨 자다가 계수씨 다리 긁는 소리여..
"내 머리 좋은거 어디 하루 이틀이유?"
뭔지는 몰라도 일단 멍군으로 받아 넘기고 다음말을 기다렸는데...
"어제 저녁에 말야....아들녀석 바람막이 될려고....ㅎㅎㅎㅎㅎ"
아.......이양반이 눈치 챘구나...우쒸~~

그랬다.
전날 저녁에 난 또 원맨쇼를 벌여야 했다.
저녁에 남편보다 한발 앞서서 들어온 나는 우편함에 꽂힌 아들녀석의 대학의 총장 친서(?)를 받았다.
300만원 가까이 날아든 등록금 고지서랑 성적이수표.
내 눈은 등록금 액수 보다도 성적표에 먼저 눈이 갔는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버렸다.
내눈을 의심하며 다시봐도 2자가 3자로 둔갑하지는 않았다.(더 묻지마슈..열 받응께)
작년 학기에도 부모 혈압 올리더니......

난 무엇 보다도 아들녀석의 안위가 제일 걱정 되었다.
남편이 입에 거품물고 튀어 오르는건 불 보듯 뻔하고..이를 어쩌누...
당장  집에 불러 내려서 요절 낼건 안봐도 비디오인데...
온몸이 자꾸 떨리고, 겁에 질려있을 아들 녀석을 생각하니 몸이 오그라 드는것 같았다.

여리고 순해터진 녀석이라서 짹소리도 못하고 그 불벼락 다 맞을텐데...
급하게 아들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10분후에 아빠에게 전화 드리라고...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기어들어가는 아들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려왔다.

내가  아들녀석의 몸에 붙을 불을 또 꺼 주긴 꺼 줘야 되는데...
곧 들어올 남편에게 뭐라고 선수를 쳐야 할지 궁리 하는중에 남편이 들어왔다.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면서 억시기 놀랬다.
윗옷을 채 벗지도 않은 남편에게 불쑥 한마디 했다.
"당신 ..당신 자식들 얼마나 믿으우?"
뜬금없이 앞뒤 다 잘라먹고 토막친 몸둥아리만 띄웠다.
"왜?? 애들에게 무슨일 있어?"
혹여라도 애들에게 불상사가 생겼는가 싶어서 다급하게 묻는다.
"일은 무슨일...앞으로 새끼들 한테 기대도 말고 원망도 말고 ....."
아고....다음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언제 기대하고 살았나..지들 몸 건강하면 되지.."
왠지 체념한듯 힘없이 내 뱉는 소리에 내가 꼬리를 달았다.
"맞아요..새끼들 출세 해봐야 지들 좋지 우리 좋나?.."
그리고 줄줄이 아들녀석의 성토에 침을 튀겼다.
"공부도 그 따위로 하는넘 앞으로 용돈도 줄이고 믿지두 말어요..떠버리 같은넘..
도대체 공부를 하는건지 ..뭘 생각하고 사는 넘인줄 모르겠어..그냥..확~~~"
나도 모르게 열이 받혀서 정말 화가났다.

손짓 발짓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내가 내민 성적표를 받아본 남편은 한숨을 쉰다.
곁눈질 하면서 남편을 보니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화를 낼줄 알았는데 미리 질러놓은 불 때문인지 감정이 안 나타난다.
한켠으로 성적표를 밀어 놓으면서 희미하게 웃는다.
"그렇게 어려운가...그 공부가....너무 열받지 말게.."
아이고........성공이다........

에미 마음이 다 같을거다.
에비도 부모인데도 애들을 나무라면 난 화가 난다.
물론 당연히 나무랄일을 나무라지만 일단은 속이 상한다
내가 나무라는건 괜찮은데 나 외의 누구든지 애들에게 싫은 소리하면 내가 듣기 싫다.
하물려 남이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해롭게 한다면 어느 엄마가 듣고 있을건가..
(내가 심한가.......)

그렇게 급한 불을 껐는데 남편이 눈치를 챈 거였다.
좀 멋적고 미안했다.
며칠후에 애들 둘이 다 오는데....
남편은 나에게 물었다.
"그녀석이 오면 뭐라고 얘기를 할까....고민일세..."
이제 눈 부릅뜨고 목청 높혀서 애들 나무라기엔 애들이 너무 커 버렸다.
"애를 보면 그냥 웃어줘요...수고 했다고...그러면 미안해서라도 더 분발 할거예요"

아이들은 크게 실수한 부분은 그냥 넘어 가면 어떨까
다음에 기회를 봐서 부드럽게 되 짚어 주는게 .....
이미 저네들도 알고 반성내지는 겁에 질려 있는데 엎어진 넘 뒷꼭지 누를 필요는 없는것 같다.
그러나 소홀하기 쉬운 작은 실수는 지적을 해야 되풀이 하는 일이 없을게  아닐까.
어떤 일이든 작은 일이 불씨가 되는건데 .....

아들녀석에게 다음날 전화를 했다.
" 야 !! 이자슥아......불은 맨날 니가 질러놓고 꺼기는  왜 맨날 내가 꺼야 되는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