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이라는게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천하고 추하게 들릴수도 있고, 우스개로 넘길수도 있다.
이를테면 ,
그래도 머릿속에 뭔가를 넣고 있는사람이 뱉은 욕설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거부 반응이 없는데,
아무것도 채우지않는 머리로 뱉은 사람의 욕설은 한마디로 '밥맛'이다.
그 유명한 성철 스님의 일화를 읽어보면 육두문자 쓰시는게 나오지만 결코 추하지도 천하지도 않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보는것 같아서 공감대도 형성이 되었고,
또 흔히들 '무슨 무슨 원조 음식점......'하면서 욕쟁이 할머니의 음식점이 오히려 인기를 끄는게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다.
화가나서 욕설을 하고나면 순간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뱉고 난뒤에는 뭔가가 이빨새에 끼어 있는것 같아서 찝찝하다.
방학을 맞아서 며칠 집에 내려와 있는 아들녀석 때문에 곧잘 혈압을 올린다.
늦도록 컴앞에 앉아 있다가 아침이면 제 아비 출근하는것도 모르고 엎어져 잔다.
늦은 아침을 먹고는 하루종일 친구 녀석들과 어울려 쏘다니다가 밤늦게 들어오고..
남편의 레이더망에 걸려서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데 암시를 줘도 모른다.
아들녀석은 '사람죽는것도 모르고 팥죽 들어오는것만 염두에 두고 있는'놈이다.
아들녀석이 서울로 떠나기 하루전에 남편은 저녁을 같이 먹을 맘으로 일찍 퇴근을 했지만
낮에 나간 녀석은 소식이 깡통 이었다.
모처럼 쇠고기 갈비 뜯을려고 했는데...
폰을 여러차례 하고 나서야 통화를 했는데 지금 피씨방인데 안된다는 거였다.
거의 사정하다시피 해서 얻어낸 허락(?)을 받은뒤 피씨방 앞으로 갔는데...
10분만 기다려 달라던 아들녀석은 20분이 지나도 안나오는 거였다.
홀낏보니 남편의 수은주가 서서히 올라가는게 보였다.
곧이어 남편의 아들녀석의 성토가 시작이 되는 거였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놈......'
'부모를 똥친 막대기로 취급하는놈....'
'군대가서 뒈지게 고생해야 정신을 차린다......'는둥.....
아이구... 시끄럽고.... 열받고.....속이 뒤틀렸다.
이럴때면 난 꼭 데려온 자식 치맛폭에 둘둘 말듯이 감싸야 했는데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게 되면 저 용광로에 휘발유 쏟아붓는 꼴이 되는데....
평소에 입 무겁기로 소문난 남편인데 그 무거운 납덩이는 어디로 떼어 버렸는지.....
한참을 펄펄 뛰던 남편은 아들녀석이 오면 그냥 안둔다고 못을 박는다.
오늘저녁 쇠고기 갈비 뜯기는 애시당초 틀려 버린것 같다.
아들녀석을 죽어라고 씹어 댔는데 무슨 기운으로 갈비를 뜯어??
그때 빨간 모자를 눌러쓴 아들녀석이 어슬렁 거리고 나타났다.
아이고...이제 큰일났다.
이럴경우엔 불을 끌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아들녀석 성토한 남편도 밉고, 알아서 움직여 주지않는 아들녀석도 한심스러웠다.
아들녀석이 차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가 남편을 앞질러서 고함을 질렀다.
"야!!......이 쌍넘의 새꺄~~ 우리가 니 머슴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던 아들녀석도,
뭔가를 쏟을려고 입을 들썩 거리려던 남편도 순간 멈칫 하는거였다.
그리고,
짧은 침묵이 차안의 숨소리마저 다 삼켜버린 거였다.
그때 제일 먼저 침묵을 깬건 남편의 폭발적인 웃음 소리였다.
남편은 머리를 운전대에 박으며 껄껄 거렸고
아들 녀석은 뒤로 자빠지는 시늉을 하면서 구르듯이 웃어 재낀다.
"예....마님..쌍넘이 잘못 됐심더...."
부자를 싸잡아서 흙탕물 씌우려던 내 의중을 남편은 눈치챘나보다.
"아이구..우리 엄니..이럴땐 울 엄니가 왜 이렇게 귀여울까...."
아들녀석은 내 볼에다가 얼굴을 부비며 한수 더 뜬다.
이렇게 되면 이젠 불씨마저도 다 소멸되어서 재발될 염려는 없다
화제폭발 직전에 소방호수를 들이대어서 초기 진화에 성공을 했지만
이번 욕설 만큼은 이빨새에 끼이지 않은것 같았다.
"어이...기사양반.....식당 앞으로...Go..........."
"예..마님..쌍넘이 모시겠습니다."
그때 아들녀석의 말이 가관이다.
"엄마..그런데 아빠를 쌍넘 만든건 좀 심하다요....
절재 할아버님이 지하에서 통곡 하시는 소리 안 들리세요?"
(여기서 절재란, 조선 세종대왕때 6진을 개척한 절재 김종서 장군을 일컫는다...우리가 그 후손이다)
아....그런데 속이 왜 이렇게 씨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