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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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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BY 씀바귀 2004-12-16

겨울바다에 갔습니다. 겨울바다에 와 본 사람은

다 알지만 다른 계절과는 다름을 알게 합니다. 냉기가 코

끝을 사정없이 침범해 오지만 아니 그런 맛을 즐기려고

바다에 옵니다.

무슨 푼수(?)인지 겨울바다에 가길 좋아합니다. 여름의

 그런 소란스러러움과는 달리 겨울바다는 묵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독함이 담겨있는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필요없이 물위를 동동 떠가는 내내 아무 말없

이 비릿한 맛을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뭍 사람은 섬을 그리워하고 섬 사람은 뭍을 그리워합니

다.

 

어느 계절이나 바다는 경이로움을 줍니다.

바다는 앙가슴을 드러낸 체 파도가 주는 생체기를 담담

하게 받곤 합니다.끼룩거리는 갈매기. 파도소리와 갈매

기의 노래를 품에 안으며 어떤 말 못할 그리움을 달래는

건지...

물결이 거세질때 보다 잔잔해 질 때가 더 외롭지 않을까

요. 이니 그런것은 바다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일것  같습

니다.

 

희미한 기억의 한 구석에 묻힌 그리운 파편들이 파도속

에서 부스스 일어났다가 스러져 갑니다. 나는 침묵합니다.

침묵의 저 끝에 매달린 영혼. 삼 백 예순 날. 내 가슴은

더욱 단단하게 바위가 되어 갑니다. 그대가 나를 남겨은

체 ,아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물결 저 끝으로 가버렸을

때, 내 삶은 참으로 피멍투성이였습니다.

 

그대가 내 곁에 오기 전, 훨씬 오래 전부터 그렇게 떠날

약속을 해 놓은것이 분명한데,세월이 아만큼 흐른 지금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대는 나를 떠나기 위해서 나를

찾아온것이 사실입니다.

손사레 저으며 멀어진 그대는 그대가 떠난 후의 앙금을 

 생각하지 않은 매서움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리움보다

는, 아아니 그대가 남겨놓고 간 아주 작은 의미들이 저

푸른 파도가 갈겨놓는 흰거품속으로 아무 상관없이 스러

지기를 바랄뿐입니다.

 

이젠 나도 온전히 그대를 떠나 보내렵니다.

 

섬은 외롭지 않습니다.갈매기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고

 아침이 열리면 만선을 꿈꾸며 그물을 던집니다.

어느 항구의 불빛이 어슴푸레 물속에 잠긴듯이 기다랗게

선을 긋습니다. 늦은 귀항을 하는 어선 두어척이 포구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부부가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돌아

오는 것일까. 어선에는  고기들이 가득 실렸겠구나.

 

생각만큼 많은 고기를 건져 올리진 못했더라도 오늘 밤

은 편안하게 쉴수 있어서 좋을 것입니다.다음 날의 만선

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