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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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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미안해라


BY 김효숙 2021-12-07

오랫만에 아들 내외가 온단다
남편은 여전히 며느리가 이뻐서 좋아하는 과일을 사다 놓는다
난 몸이 시원찮으니 음식도 하기가 꾀가 난다.
눈은 터져서 빨갛지
그날 따라 3차 백신 접종을 했으니 팔이 뻐근하지
아침부터  두시간 반 걸려서 서울 병원에 검사결과를 보러 다녀왔지
만사가 귀찮고 힘이 들었다
며느리 온다고 남편은 인터넷에서 감자탕 맛있다고 6인용을 샀다
커다란 냄비에 끓이고 굴을 인터넷으로 통영에서 배달을 시켜
굴전을 부쳤다 그리곤  월남쌈을 만들어 예쁘게 놓았다
아들은 엄마 힘들다고 저녁을 밖에 나가서 먹자고 하지만
별로 마음 내키지 않아  집에서 먹자고 했다
며느리랑 아들이 저녁나절 왔기에 넷이 앉아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아직 새댁인 며느리는 아무것도 할줄을 모르고 막내인지라
아기 같다
굴전을 부치는데 주방으로 오더니 하려고 젓가락을 든다..
서너개 부치고 기름 튄다   그만 하거라 하는데 아들은 아내가 안스러운지 옆에 와서 안절부절 한다. 아껴주는것은 좋지만 모른척하고 쇼파에 앉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편도 얼른 식탁에 앉아 굴전 좀 먹거라 하니 얼른 앉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이제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시댁이 되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녁을 맛나게 먹고 남편은 딸기를  씻어 갖다 놓는가 보다
설거지는 이따가 하고 나도  식탁에 앉았다 
딸기가 하나 남았다
남편 보고 더  씻어 놓지 하니 다 씻은 거란다.
하나  남은 딸기를 내가 집어 들고 맛이나  좀 보자구나 하고 먹었다
아들이 미안한지 엄마 !  며칠 전 집에서 딸기를 씻었는데  뭘 하다가
들어오니 딸기가 없어 아내가 다 먹었단다  엄마가 속상해 할 까봐 그런건지  모두 웃었다  우리 아들들은 어려서 부 터 뭐든지 먹을게 있으면 할머니 또 아빠 엄마를 드린 후에 먹는 거라고 일러 주곤 했다
어른이 계시면 어른 먼저....그래서 인지 항상 어른을 먼저 챙겨 드리고 먹는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어려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지방마다  환경이 다르고 방식이 다르다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지만  갑자기 서운했던 순간이 떠올라 
이 말을 할까 말까 하다  너한테 살아가는 동안 섭섭했던 마음을 살아가는게 더 미안해 해야겠다 하니 모두 의아해 한다
우리 엄마가.. ?  우리 착한 엄마가 ?   아들도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다.
사실 결혼 전   세 번 째 만나 고기를 먹는데  내손에 상추를 올려 놓고
무슨 말을 하는데  써빙하는 사람이 와서 다 익은 고기를 그릇에 담아 놓고 석쇠를 다시 갈았거든..
난 상추를 들고 있다가 고기를 얹으려고 하는데 조금전 소복히 쌓인 고기가 하나도 없는거야 그 순간 왜 그리   섭섭한지  나 같으면 어렵고 눈치보느라  조심스레 상황을 봐가며 먹을텐데 하는 생각이ㅣ 들었지

그랬더니 며느리가  모두 웃는다. 고기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철없는 그 모습이 순수해 보여 귀엽기도 하지만 시어머니인 나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들은 엄마 마음을 알겠지
며느리는 시댁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서 그랬겠지
그래도 섭섭했던 마음을 말하고 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솔직한 표현이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늘 아들들에게 가르친다.
남을 배려하고 헤아리며 살아가라고
저만치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을때 상대방에게 반가이 맞을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라고...말이다
시어머니가 된다는것도 어렵고 나 역시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알지 못하고 순간 섭했던 마음을 일년 넘게 기억 저편에 담고 살아온 것이 미안하다
돌아간 뒤 남편과 말했다
착하잖아... 며느리가 착하잖아.. 그속에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