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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BY 낸시 2004-09-29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것 같은데 모든 것이 시들한 적이 있었다.

이쁘고 공부 잘 하는 아들과 딸, 날 사랑한다는 남편, 노후 걱정할 필요없는 안정된 남편의 직업, 착하다 잘한다 칭찬해주는 시집과 친정 식구들...

난 그저 예쁘게 꾸미고 쇼핑이나 다니고 가족들 맛있는 음식이나 해 주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불행할 이유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행복하지 않았다.

넓은 정원이 딸린 집 거실에 앉아 정원의 나무들과 꽃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폴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보다 내 삶이 의미가 더 있다고 주장할 근거가 무었인가?

내가 조그만 선행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에 그리 달라질까?

사람들 사이에 끼어 나누는 대화가 공허했다.

옷 이야기, 음식 이야기, 집안 꾸미는 이야기... 그런 대화를 나누다 돌아오면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더욱 알 수 없어졌다.

꽃을 가꾸는 것이 기쁨이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 일이 내 삶을 의미있게 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행복한 투정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딱이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행복하진 않았다.

성격이 비관적이냐 하면 분명 그것도 아니었다.

나만큼 낙천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도 드물다 할 만큼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듯 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이랄 것이 없는 삶이었는데...

창가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많았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어떨까?

가족들이 조금 슬퍼하겠지만, 난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곧 그들의 삶에 적응하고 잘 살아갈 것임을...

내가 세상에 왔다 간 흔적은 무었일까?

그런 것은 가능하면 남기고 싶지 않았다.

풀 한 포기가 왔다 간 것처럼, 벌레 한 마리가 왔다 간 것처럼 그렇게 흔적이 없기를 바랐다.

인간의 흔적이 지구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까...

신앙을 권유하는 사람들을 속으로 비웃었다.

신앙을 가졌다고 나보다 더 선하게 사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그들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그들의 협박에 실소했다.

당신이 가는 곳이 천당이면 난 차라리 지옥을 택하리다, 속으로 실소했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하나님에게 대들기도 했다.

날 지옥에 보내신다구요? 나 같은 사람도 지옥에 보내신다면 가드리리다.

명신보감이니, 채근담이니, 하는 책들을 옆에 끼고 날마다 마음 비우며 살기 위해 애쓰는 나를 지옥에 보내는 하나님이라면 내가 왜 그 종이 되기를 자청하랴 싶었다.

그렇게 내 하루하루는 의미가 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의 사춘기 반항에 그런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내 냉철한 머리는 알고 있었다.

한 없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한 그들의 방황이 결코 길 수 없음을...

그런데 나는 절망하고 있었다.

내 안에 그런 사랑이 없음을, 그런 사랑이 필요한 순간에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내 안에 그런 사랑이 있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내 안에 그런 사랑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들은 아니라고 하였다.

내가 이 세상 누구를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그들을 사랑하였는데 그들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하였다.

내게 더 큰 사랑을 요구했다.

내 안에 없는 사랑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나는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신에게 무릎을 꿇었다.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인정했다.

이 것, 저 것, 가진 것이 많다고 생각하던 때 공허하던 마음이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인정하자 비로소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행복은 채움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움으로 얻어지는 것이구나, 어렴풋이 느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인정하는 것, 내가 낳은 자식마저 사랑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행복의 문으로 가는 길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