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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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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깨자


BY 수련 2005-05-29

그저께 이웃에게서
경기도 이천 도자기축제에 다녀왔다면서
약간 푸른빛이 도는
백자주전자와 잔 네개를 선물받았다.
녹차를 울겨내어 마시는
그릇들이었다.
명성있는 사람의 솜씨인지 뒷쪽에
이름도 새겨져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귀티가나게
잘 만든 주전자와 잔에 흠뻑 반하여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요리조리 살펴만 보고는
다시 정성스레 쌌다.

옆에서 내 하는양을 지켜보던 남편은
왜 도로 싸냐며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차마 꺼내어 사용할수가 없을것 같았다.

그랬다간 내손에 짝을 다 잃어 달랑
하나만 남을것 같애서.....

난 그릇을 잘 깬다.
아무리 설겆이할때 조심을 하여도
소용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커피잔셋트를 몇개나 샀지만
나중에는 접시만 남기 일쑤이고,
제사가 많아 그릇이 많이 있어도
밥그릇,국대접이
제대로 짝을 맞춘 그릇이 별로 없다.

시누이집이나 어려운 집에 가면 왜 그리도 그릇이
더 잘깨질까. 조심하면 더 심하였다.
몇년전에 유리컵을 씻다가 깨지는 바람에
손이 찢겨 5발이나 꿰메어 그 자국이
흉하게 아직도 남아있다.
그것도 자랑이라도 이웃아줌마들에게
이야기하였더니 유난스레 그릇 잘깨는 손이 있단다.

아무리 살펴봐도 남들손과 같은데 왜그럴까.
결론은 조심성도 없고 덤벙거리니 그럴것이다.
꼼꼼하게 정리하는것 보다
얼렁뚱땅 빨리 해치우는데 명수이니
그럴수밖에.....
엄한 시집살이 했으면
쫓겨나도 몇번은 쫓겨났을것이다.

전에 다른집에 갔을때 찬장속의 반짝이는
크리스탈컵들이 이쁘게 가지런히 놓여있어
어떻게 하나도 안깨뜨렸냐고
물었더니 깨질까봐 잘 안쓰고 가만히 모셔둬서 그렇다길래
웃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내가 꼭 그 짝이다.

우리집에 유일하게
크리스탈컵만큼은 6개 한셋트 고스란히
남아있다. 딸애가 그 컵에 물을 먹을라치면
손사래를 흔들며 말린다.
그러면 누가 사용하느냐.
나혼자 와인을 마실때만 꺼내어 사용한다.
그러고는 살살 씻어 닦아 찬장속에 다시 넣어두고는
은근히 살림 잘하는 여자처럼
반짝거리는 와인잔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어제 선물받은 녹차잔셋트도 나혼자
차마실때만 사용해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데....

200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