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다는건
기분이 좋은일이다.
멀리 이사간다는 말에
여기저기 모임에서 송별회도 해주고
선물도 받게되고...
밖에 나갔다 올때마다
입이 함박인 마누라에게
빈정거리며"가만히 본께 이사가는게 좋은가 보네"
"그건 아니지만 어쨋거나 점심도
얻어먹고 선물도 받은께 이 보다 더 좋을수가있남"
이번주는 낮에는 마누라가 송별회하러 다니고
밤에는 남편이 나가고...
남편도 송별모임을 몇군데 다녀오더니 선물은 커녕
술먹은 휴유증때문에 이틀동안을 속이 아파
고통이 심하니 이제는 핸폰도 번호를
확인을 해 가며 받는 눈치다.
오늘은 초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니
괜시리 들떠는지 후배한테서 온 전화에
망설임없이 집을 나서면서
"나도 오늘은 술말고 선물을 달라고 해야재"
그러면서 일찍 오마며 나간 사람이
하루가 지나가는데도 무소식인걸 보니
아마 오늘도 이틀동안 고통을 겪을 선물만
안고 올 모양이다.
나도 이웃에 같이 오래 살다가 이사를 가면
간직할수있는 선물을 주곤했다.
'나를 잊지 말라면서..'
지난번 친구생일에는 무슨선물을 할까 고민끝에 일년치
여성월간지를 친구앞으로 신청을해주고
쪽지에 축하인사와 함께 다음해 생일때까지
책을 받을때마다 매달 내 생각하라고 했었다.
나도 선물받은 그릇, 지갑, 핸폰고리,장갑등을
볼때마다 오랫동안 선물한 사람이 생각날것이다.
지난주에는 '샘터'일년정기구독과 1월호 샘터가
부쳐왔다.
정확하게 우리집 주소와 내 이름이 적혀있어
누군지 나를 잘아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주위의 몇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것이다.
혹시 친구가 내 흉내를 낸다고 그랬나싶어
물어보아도 아니라며 정색을 했다.
샘터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어떤사람이 본인이름은 밝히지않고
전화를 걸어 일년치 구독신청을
했다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오리무중이다.
샘터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보는 작은 정기 간행물이다.
결혼전부터 읽다가 결혼하고 나서 아이들키울때
몇년을 빼고는 거의 다달이 사서 보는 책인데
누군가 그런 나를 잘아는 사람같은데 알수가 없다.
일년치를 정기구독신청을 해서 볼수도 있지만
매달 그 핑게를 대고 책방을 갈수있어 일부러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일년동안 덕분에 잘 읽겠지만 왠지 찜찜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선물이니 좋아해야겠지.
얼마전에도 사이버에서 친해진
형님이 직접 말리셨다는 맛있는 오징어를
선물받아 턱이 아프도록 먹어대는 나에게
남편이 슬며시 내 이마를 걷어올리면서
한마디 했었다.
"어! 우리 마누라 이마가 1센치 올라갔네.공짜를 하도
좋아해서 며칠있으면 아마 훌러덩 벗겨질걸"하며
놀렸지만 어쨋거나 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는건 기분이 좋은일이다.
자정을 넘기도록 안오는걸 보니
두둑한 선물을 안고 올 모양이다.
큰소리치고 나간 남편에게 괜히 고소한 마음이 든다.
밖을 내다보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가지런히 세워놓은 차위에,길가에,나무가지에
한폭의 그림처럼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풍경이
네온사인에 반사가되어
깊은 밤이 아닌 한낮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