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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BY 수련 2005-05-19


이곳,경기도 고양시에 머문지가
두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어울리느라
하루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날짜를
흘려보냈다.탐색가처럼 남편과 이곳,저곳으로 찾아
다니며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고 정복한것마냥  들떠있었고,
또, 다음에는 어디를 찾아낼까 지도를 마루에
펼쳐놓고 연필로 표시하며 기약을 해놓고 휴일을 기다리곤 했다.
그러나,달포가 지나자 시들해졌다.

툭하면 다이어트한답시고 끼니를 거르면 눈앞이 핑그르르해서
먹고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싶어 이 나이에 무슨?.
어기적거리며 거른 끼니까지 한꺼번에 먹어치우던 내가 요즘들어
입맛,밥맛이 통 없다.배고픔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인지 기운도 없고 바깥에 날씨가
겨울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한기를 느껴 여전히 두터운 옷을 입고
다닌다. 봄옷을 만지작거리다가도 막상 밖에 나가보면
살에 닿는 바람에 소름이 돋아 저만치 밀쳐놓는다.

왜 그럴까.바깥에 봄이 오기는 온걸까.
베란다밖에 서 있는 나무에 내눈에는 아직도 새순이 돋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눈도 어두워졌나.

고향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남에는 모란이 활짝 피었단다.내가 살던
아파트의 낮은 담벼락에는 개나리가 무리지어
노오란 물감을 뒤집어 쓰고 시내의 가로수인 벚꽃나무에
연방 꽃망울이 터지고 있단다.

아!~ 그렇구나! 요즘 나는 그리도 좋아하던 봄을
잃어버린채 향수병을 앓고 있었나보다.
가슴이 답답하여  찬물을 들이켜도 내려가지 않고
뭔가가 걸려있더니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있는 아득한 그리움이
꾸역꾸역 치밀어 올라오는걸 나는 몰랐었나보다.

고향에 있을때 이맘때면 나는 인근산들의 투명한 연두빛속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엎드려 겨우내 땅속에서 움추려있던
작은 새싹들의 수줍은 몸짓을, 또,풀숲에 숨어있는
연분홍 노루귀를 찾아내어 카메라의 앵글을 맞추고 있었지.

밤이 되면 괜히 쓰레기 비우는 가는척하고
가로등에 비치는 하이얀 벚꽃나무의 신비로운 영상밑에서 고개가
아프도록 뒤로 젖히고 탄성을 질렀었는데....


가고싶다. 내 고향으로~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