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주일동안 출장을 떠났다.
여기와서는 교육중이라 빨리 퇴근하고 토,일요일은 쉬니
남편눈치때문에 혼자서 바깥 외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배고픔을 못참는 성질이라 집에 오면 밥상이
차려져 있어야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기때문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거나 볼일을 보러 나갈때도 후다닥 들어오기 바쁘다.
주말에 공연을 보러갈라치면 딸아이와 작전을 세워
남편에게 겨우 허락을 받아낸다.
남편도 낯선 곳에서 마땅히 갈데가 없으니
마누라가 유일한 놀이 상대이다.
더군다나 빈집에 혼자 있는건 더더욱 참지 못한다.
친구가 서울에 올라와도 마음을 풀어헤치고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허둥지둥 돌아섰다고 남편에게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면
"우리집에 와서 저녁먹고 실컨 놀다가면 되지,재워줄테니 밤새도록 이야기해 "
그렇지만 어디 편하게 수다를 떨수있나.
오랜지기의 친구는 남편의 성질을 잘 아니 손사래를 칠수밖에..
"에구 너거 신랑앞에서 말 잘 못했다가는 씹힐려고?"
남편의 성격은 자잘한 이야기를 받아넘기지 않는다. 누구누구가 어떻고
오늘 친구들이랑 어디갔다왔다 하면 "여편네들이 모여서 쓸데없는
이야기나하고 뭐하러 돌아다니냐?"
살림만 잘 살면 된다는 주부상을 바라는 남편과 일을 만들어 다투기 싫어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상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일박이일로 여행을 하고싶어도 어림도 없다.
참다못한 친구들이 4년전에 제주도에 여행을 가면서
나만 빼놓는다고 돌아가며 남편에게 전화를 해대니
마지못해 허락을 하여 갔다온 적이 있다. 길이 났으니 한 해에 한번씩이라도
가자고 친구들과 약속했지만 한 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기출장은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마음껏 누릴수있는 기회다.
그래도 가는날 아침에 헤헤거릴수가 없어 걱정스런 표정으로
건강조심하고 집 염려말고 잘 다녀오라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문단속 잘하고 있거래이" 겉으로는 "알았수"
속으로는 " 다 늙은 아지매를 누가 업어갈까봐. 얼른 퍼뜩 좀 가슈"
여우처럼 표정관리를 한다. 남편이 없으면 못 살것 같은 마누라처럼...
집에 들어오니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감추어졌던 날개가 펴질려나보다.
무엇부터 할까. 일단은 커피를 뽑아내고 대청소를 하고
8일에 경기도 여주에서 열리는 명성황후해원굿에 참석한다고 동아리에 메일을 보냈다.
경상도로 내려가면 절대 볼수없는 좋은 구경거리인데 놓치기가 아깝기 때문이다.
오전10시에 시작해서 오후6시에 마치니 집에 돌아와도 10시는 족히
될것같아 마침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속으로 찍어놓고 있었던 터다.
그렇다고해서 매일 실없는 여자처럼 나다닐수가 있나.
월요일에는 오전에 은행일을 보고 팔이 아파 침맞고 도서관에가서
책을 빌리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화요일에는 사촌시누이가 (학교후배이고 우리 중매장이다)놀러오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나절이 되었고,
수요일에는 아침일찍 나서서 여주로가는 차편에 얹혀 갔다 집에 돌아오니 밤 열시였다.
목요일에는 화실에 가서 하루종일 그림그리고,
오늘, 금요일은 딸아이와 오전에 목욕을 갔다가 오후에는 국악공연을 보러 갈 참이다.
내일 토요일은 사이버작가방 님들과의 모임에 대전으로 간다.
남편의 귀가날이 일요일이니 편한마음으로 갔다와도 되겠지.
들떠있는 나에게 딸애가 말한다.
"엄마 자고와도 되니까 아줌마들과 실컨 놀다오세요."
잠은 무슨... 그래놓고 속으로는 동갑내기친구를 떠올린다.
이렇게 남편없는 일주일을 지내봐야 실제 주부로서 벗어난 행동을
한게 없다.제 아무리 날개를 활짝 편들 어딜 날아간다말인가.
아침,저녁 반찬 걱정 없고, 귀찮은 야채쥬스 만들지 않아도 되고,
오밤중에 간식거리 안해도 되고, 와이셔츠 다림질 없고, 담배냄새에
찡그릴필요가 없다는 편안함이 이리도 좋았을까.
그러고보니 남편이 출장가고나서 밥을 한번도 안한것 같다.
딸애는 미숫가루로 아침을 먹고 학교에서 저녁까지 먹고오지,
아들은 배낭여행 떠나고 없지,
나야 배고프면 서서 식은밥에 김치 걸쳐서 서너숟가락만 먹으면
된다. 그러니 자연히 설겆이도 필요없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남편의 부재로 失도 있다.
아침에 운동가면서 들여놓는 신문을 내가 잠옷바람으로 앞집눈치보며
얼른 집어넣고,저녁먹고 공원을 몇바퀴도는 운동도 못하고,(게으른 마누라
운동시킨다고 억지로 끌고 가는데..) 뜨뜻한 밥과
까탈스런 남편 입맛에 맞추어 이런저런 맛난 반찬도 못 먹고,
팔이 아파 저녁이면 부황도 떠주는데 남편이 없으니 그 시원함도
못 느낀다.
이렇게 좋아하며 날개를 퍼득거려 보지만 그래도 주부로서의 벗어난
행동을 한게 없는것 같다.날아봤자 거기서 거기지...
그래도 이번 한 주는 경상도 말로 "억수로~" 편하다.
그런데 왜 이리 날짜가 잘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