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갈까?
자차를 이용할까?
정확한 대답을 못 들었기에 난 이불을 세탁소에 맡기려고
비닐백에 넣어 준비를 했다.
준비를 끝낸 남편이 이불을 휠끔 쳐다보더니 버스타고 간다고 하지 않았냐며 되묻는다.
난 자차이용으로 알고 가는 길에 세탁소에 들리려고 했는데 불발이다.
그래, 주말에는 주차하기가 힘드니까 버스를 이용하자~~
가볍게 집에서 출발을 했다.
집앞 상가는 며칠 전부터 공사를 하더니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 오려는지 익숙한 편의점 상호가 유리에 붙어있고 막바지 공사에 열중이다.
바로 앞에 편의점이 생겨서 더 편해지겠다는 내말에 남편은 건너편에도 편의점이 있는데 또 생긴다며 시큰둥한 표정에 나도 다음 말을 생략한다.
원래는 학원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업종이 바뀌는 것 같다.
편의점 세상이다.
버스정거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버스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역근처까지 걷기로 했다.
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버스를 타고 우리는 각기 다른 자리에 앉아
목적지에 내렸다.
성곽길을 걷고 싶어하는 남편과 달리
아침을 일찍 먼저 먹은 나는 당이 떨어졌는지 배꼽시계가 점심을
먹자고 알려왔다.
가을은 식욕까지 당기게 하지만 남편은 먹는 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별미는 좋아한다.
유명한 만두집을 찾다가 서로 각자의 길이 맞다고 아옹다옹하다가
내가 남편이 주장하는 말을 들어 주었다.
결국 내가 말한 길이 지름길이지만
남자들은 쓸데없는 고집을 내세운다.
이정도야 내가 양보할 수 있지..ㅎ
연밀이라는 작은 만두가게에서 중국식 만두를 맛보았다.
육즙이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고 호박만두가 이색적이었다.
중국인 사장님은 피망만두도 맛있다고 추천을 하시는데
메뉴판에는 없어서 물어보니 오늘 당신들이 드실 만두를 한 것이라
소위 특식이라는데 한발 늦었다..
행궁길을 걸었다.
역시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에서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코로나 2차접종까지 완료했기에 신분증과 확인앱을 보여줘서
무료 입장이 가능했다.
얼마나 오래된 은행나무일까?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노랗게 물드면 행궁길을 더욱 멋지게 할 것이다.
유유자적하게 행궁 안을 거닐며 정조의 효심이 곳곳에서 엿 보였다.
혜경궁 홍씨는 아드님을 참 잘두셨습니다.
우리 또래로 보이는 부부가 두손을 집고 앞에서 가는데
문득 우리는 언제 손을 잡았나 생각 해보니 아련한 옛추억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갈증이 났다.
카페마다 사람이 많아서 소음을 싫어하는 남편은 머무르기를
주저하고 나또한 시끄러워 모처럼 일치된 마음으로 좀 걷다가
우리가 원하는 카페를 찾았다.
행궁길에서 제일 크다는 행궁 81.2 카페
3층까지 좌석이 많고 실내 인테리어가 이색적이라
볼거리가 많고 무엇보다 여유로운 공간이 마음에 든다.
알고보니 카페이름이 카페 주소란다.
남편은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펼치고 ..
난 한숨 돌리는 의미로 3층까지 카페투어를 하고
편한 마음으로 행궁길 잡지를 본다.
동네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잡지가 서민적이고 정감이 넘친다.
충전을 했으니 이번엔 성곽길을 오른다.
억새풀과 높은 가을하늘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대봉 감나무
이맛에 가을을 걷는다.
무조건 전진하며 걷는 남편이 미안한지
잠깐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 준단다.
됐다고 셀카를 찍다가 결국은 인증삿도 남겼다.
억새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나의 마음도 가을에 흔들거린다.
걷고 또걷다보니 오늘 하루 2만보에 가까운 걸음으로
가을을 안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