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맹견사육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31

옷 이야기


BY 수련 2004-03-11


아침부터 설거지도 뒤로 미룬 채 장농속에 걸려있는 와이셔츠를 죄다 집어내어 
다림질부터 했다.
27년 세월동안 해대는 다림질인데 요즘 들어 부쩍 게으름이 나서 손빨래를 하고 
물기가 있는 상태로 말리다가 바짝 마르기 전에 손을 봐주면 나름대로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입을 만하다. 
게다가 겨울이라서 와이셔츠위에 조끼를 덧입으니 약간 구김살이 있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아 그 방법을 동절기 내내 써먹었다.

남편도 가끔씩은 목이 죄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풀고 싶어했지만 
오랜 세월동안 길들여져 있는 복장이라 그런지 반나절 근무인 토요일에 
장난스레 넥타이를 매지 못하게 하는 나의 엉석에 노타이차림으로 집을 
나서다가도 다시 들어와서 안되겠다며 다시 갈아입고 나선다.
청바지에 티셔츠입고 출근하면 누가 못하게 저지하느냐 했더니 어허 하며 혀를 찬다. 

일단 집으로 들어서서 모임에 나갈 때는 어떤일이 있어도 
정장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당신도 웬간히 싫은 가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남편의  죽마고우모임에 따라 갈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삐져나온다. 
개인회사에 다니다가 명퇴 한 친구, 장사를 하는친구, 건설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평상시에는 캐주얼복장을 하고있다가 매번 이 모임이 있는 날에는 
세명이 다 꼭 넥타이를 매는 정장을 입고 나온다. 
그러나 정작 남편은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나가니 그 부인들과 나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다른 모임에는 남편들이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상하게 우리 남편과의 모임에는 넥타이를 골라매느라 부산을 떤단다. 
남편이 친구들에게 다음모임부터는 넥타이 좀 매지말라고 하는 이야기를 
몇 번인가 들은 기억이 나지만 아직까지 그 모임에서 남편외는
 여전히 정장차림의 친구들을 만날 수있다.
남편친구들의 심리를 알 것도 같지만, 글쎄 알쏭달쏭하다. 

이 창동 문화관광부장관도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은 딱딱해서 싫다고 
노타이차림으로 정부청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작년에 보궐선거로 당선된 개혁파인 어느 젊은 국회의원이 국회에
 입회신고식을 하는 자리에 입고 온 복장으로 논란이 되었었다. 
면바지에 티셔츠를 속에 입고 콤비를 걸친 모습인데
언론에서까지 떠들썩할 정도로 그 의원의 차림새에 온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 때는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어지던 은행원과 일반 사무직들의 별칭도
 이제는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어느 벤처 기업의 사장이 스스로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출근을 하니 전 직원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더란다. 
사장과의 사이에 두꺼운 벽도 얇아져 일의 능률이 올랐다는 이야기 들었다.
  넥타이를 매면 목이 죄니 아무래도 목에 힘이 들어갈 것이고, 
또 상대방을 쳐다볼 때 얼굴전체가 움직이기보다는 눈동자만 왔다갔다하니 거만해 보인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편안한 복장으로 바꾸면 목을 마음껏 
뒤로 젖혀 크게 웃고 딱딱한 자세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여자공무원들의 차림새를 보면 회색 빛 계통의 차림이 많은걸 볼 수 있다. 
여성장관들의 옷차림새도 보수적인 느낌이 강한 검정색이나 단색의 슈츠차림이 많아 
여성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모여있으면 엇비슷한 스타일이 되어 
누가 누군지 혼동이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젊은 여성들의 기용으로 색상과 다자인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바뀌는 걸 볼 수 있다. 

강 금실 법무부장관의 옷차림새 또한 과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겠다. 
빨간 원피스 위에 짙은 바이올렛의 숄을 걸치고 
화려한 귀고리를 단 화사한 화장을 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강금실 장관은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여성공무원들과는 거리가 멀어 어리둥절했지만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보기가 좋았다. 
초창기에 어느 모임에 가도 그 장관의 옷차림새가 도마위에 올라 입방아를 찧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같은 여성으로서의 시샘이지 않았을까싶다. 
오히려 지금은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나오면 보는 사람이 더 우울해 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의 연한 핑크빛 슈츠에 꽃이 달린 
모자를 쓴 화려한 모습은 할머니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젊어 보였고,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었다. 

옷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꾸 비약해지지만 고칠  건 고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때와 장소에 따라 복장이 달라야겠지만
 틀에 박힌 한결같은 넥타이 차림은 거북스럽다. 
평상시에 일할 때는 그냥 면바지에 티셔츠차림으로 출근하면 번거롭게 
다림질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될텐데 라는 꾀를 부려보고 싶어진다. 

오늘 아침부터  남편은 조끼를 입지 않고 와이셔츠만 입었는데
 여기저기 구김살이 눈에 보였다. 
다시 벗어 다림질을 얼른 해서 입게 할까 싶다가 시간이 촉박하여 
그냥 모른 채 출근하게 했는데 영 찝찝하다. 
사무실에서 양복윗도리를 벗어두고 와이셔츠차림으로 있을텐데 
여직원이 뒤숭한 여편네라고 흉 볼 것만 같아 마음이 안절 부절하여 
이런저런 궤변을 늘어놓으며 혼자서 투덜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