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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묘한 느낌


BY 우체국 2004-03-14

 

그 미묘한 느낌

 

 

이른 아침에는 다들 분주하겠지 나도 아침은 분주하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컴퓨터를 켜고 창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한다.
맑은 공기를 사무실로 불러들이고 책상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늘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요즘 꼭 하는 일들이 있다
그 중에서 휴대폰을 꼭 들고 다니듯이 메일을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며 사무실에서 보내는데
유일하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은행에 가는 일이다
사무실 바로 옆 건물에 L은행이 있다 가끔 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은행이라서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빼서 들고 앉아 있다.
나도 그 중에 한사람으로 앉아 있는데 내 번호가 전광판에 뜨면서
띵동 소리가 울렸다.
벌떡 일어나 은행원 앞으로 갔다 아가씨가 다른 사람의 업무를 다 끝내지 않아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아가씨가 나를 바라보며 어머니라고 부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해서..."라고 하는 것이다.
그 은행원의 눈빛이 나를 바라보았기에 너무나 어색하고 무안하기도 했으나
예금인출용지를 내밀며 "아가씨 나는 아가씨 어머니가 아닌데 왜 어머니라고 부르죠?" 라고 했더니 아가씨가 놀라며 죄송하다고 했다.
"다음에는 이름을 부르든지 손님이라고 부르세요"
돈을 인출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얼굴이 확확 달아올라
다른 사람들과 얼굴이 마주칠까봐 골목길로 돌아 사무실로 왔다
생각해 본다
나이 많아 직장 다니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이겠는가
요즘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한데 여성들의 호칭이 어머니, 아줌마, 할머니로 불리는 것은 왜 일까?
 은행 같은 데서는 고객에게 고객님이라든지 손님이라든지 하면 적당할 텐데 과잉친절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전 시장에서 싸우는 것을 보았다. 이유는 상점 주인이 손님이 자기보다 어리다고 반말로 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서로 손님과 주인이라도 조금의 예의를 갖춘다면 다른 사람을 칭하는 호칭 때문에 싸우거나 얼굴 붉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손님들이 상점이나 은행원들을 볼 때 동생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하고, 시누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누이 같기도 하고,
어린이가 볼 때는 엄마 같기도 하고, 어른들이 볼 때는 며느리 같기도 하고, 딸 같기도 할거다. 그러나 손님들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예의로 아가씨라고 부른다든가 사장님이라든가 아저씨 아줌마....
(혹 할아버지나 할머님이 딸처럼 생각 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는 후로는 은행에 가는 일이 두렵다.
혹 동료와 함께 은행에 가려면 내게 어머니라고 부를 까봐 불안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이 먹는 다는 것을 인정하는데도 왜이리 호칭에 민감해 지는 걸까
시장에 가서도 가게에 가서도 상대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망서려 진다
하지만 꼭 이 말은 해 두고싶다
공공기관에서는 그 기관에서 부를 수 있는 최대한의 공통어를 사용해서 부르면 좋겠다 (손님, 고객님, ##님, 회원님,등)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지만 작은 일에 상처받는 사람 있음을 경영인이 바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이 먹는 거... 실감하는 요즘.........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