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노인들도..젊은이도...아이들도.....
바로 앞
내 어머님 같으신 할머니
세월에 눌린 배가 등에 누른다
그 옆으로 사십대 정도의 아줌마
봇짐 같은 보따리 이고 따른다
계단을 다 내려서서
"고맙소"
"할머니 어떻게 이 짐을 가지고 가셔요"?
"이고 가면 돼 걱정마 어여 가 어여"
자꾸 손짓 하신다
할머니 처녀때 물동이를 이고 다녔을 것이고
방앗간으로 곡식을 빠러 이고 갔을 것이고
도토리 따서 이고 왔을 것이고
땔감(갈피)긁어 이고 왔을 것이며
피난길에 소중했던 재봉틀도 머리에 이고 고단한 삶을 살기위해 헤매셨을지 모르겠다.
그때 부터 목에 힘이 생겨 지금도 이고 다니시는지
보따리 머리에 이고 세월 머리에 이고
고마움에 가벼워진 그 보따리
그림처럼 슬며시 멀어지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의 세월속에
숨어살던 할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들 노릇 한다고 집에만 있으라는 아들 눈치가 따라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를 독차지하는
컴퓨터가 원망스러워
오늘
보따리를 이고 시장으로 나오신 것 일까
초롱하던 정신도
살림살이도 부엌일도
며느리의 마음에 귀찮음만 주는 것을
그저 무거운 할 머 니
보따리에 꼭꼭싸서 지하도를 건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