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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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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설날


BY 누이야 2004-01-15

 

옛날 어릴때는 이 맘때가 되면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는 했었지요.

일년 열두달, 늘 맛있는 음식에 허기져 있던 그 때는

고기와 전과 그리고 과일로 넘쳐나는 광주리들을 보면 한없이 행복하고는 했습니다.

게다가 설에는 평소에 전혀 받아보지 못하던 용돈 까지 받을수 있었으니

그 얼마 안되는 세배돈을 행여 오빠한테 뺏길까 싶어

몰래 여기저기에 숨겨놓고 조금씩 조금씩 꺼내 썼던 그 기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스물 몇해가 지나  한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설을 준비합니다.

오랜만에 냉장고 청소를 하고 씽크대 구석구석을 청소합니다.

창틀의 묵은 먼지도 일일이 닦아냅니다.

이불도 발로 밟아 빨고 수건도 깨끗하게 삶아 놓습니다.

그리고 식구들이 모이면 먹을 밑반찬을 궁리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설을 기다립니다.

손꼽아 설날을 기다려 기쁜 설을 맞이하고 

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것이 못내 아쉬웠던 그 때와 달리

하루하루 설을 기다리면서 이젠

어서 빨리 해치우고(?)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아마도 내가  가슴두근거림으로 기다렸던 이 맘때 쯤에

우리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큰 걱정거리로 가슴앓이를 했을겁니다.

없는 살림에 번듯한 제수 장만은 아무래도 부담이었을테니까요.

늘 맏이에게는 시집 안 보낸다던 엄마의 말씀과는 무관하게

맏이에게 시집을 와서 엄마가 했던것처럼 저도 설 준비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손꼽아 설을 기다리고요.

 

다음주로 다가온 달력의 빨간색 날짜들을 보면서  문득 그 옛날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