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어서
어느 아침 ㉠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문제1) 위의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르면?
<보 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미궁으로 들어가 <비밀의 방>에 이르고자 한다. 비밀의 방에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있다. 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미궁으로 들어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존재하고 열리는 문이다. 테세우스는 <미궁의 문>을 찾아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어 놓은 뒤 자신의 예지와 본능으로 미로를 더듬어 비밀의 방에 이른다. 테세우스는 괴물을 죽인 후 <실>을 따라 무사히 밖으로 나온다. 이 ‘미궁의 신화’는 문학 예술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① 테세우스 ② 미노타우로스
③ 미궁의 문 ④ 비밀의 방
⑤ 실
문제가 되었던 수능 17번 문제다.
정답이 3번이냐 5번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관련 인사들의 논쟁,
교육부장관의 사과,그리고 복수정답 인정...
이젠 복수정답 인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3번 정답자들의 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늦은 밤, 아스름한 별빛을 벗삼아 읽던 한편의시.
낙엽 뒹구는 가을, 텅 빈것 같은 가슴을 채워주던 한편의 시.
교복 치마 나폴거리며 친구와 주고받던 편지속에 적어 보내던 한편의 시는
한없이 사랑스러웠고 순수했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그 시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
그 때부터 그 시의 순수함,사랑은 전혀 느낄수 없고
오로지 시의 분석만이 있을 뿐이다.
이 시의 주제는 무엇이고 몇년 몇행은 어떤구조 어떤 비유법을 썼고
그리고 선생님이 제시해주는 느낌만이 그시의 느낌이 되는 것이다.
내신에서, 수능에서 각자의 개인적인 느낌이란 있을수없고
60만이라는 수험생들은 그 시를 보면 모두가 똑같은 느낌을 가져야한다.
이 문제의 정답이 무엇이든간에 정말 좋은 시를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고 머리로 느껴야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식의 시험이 계속될것인지....
의사의 손길에서 고향을,아버지를, 아버지의 친구를 느끼는 시인의
마음은 참으로 따뜻하고 푸근하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