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퇴행성 관절염...
꽤나 오랜 시간 동안을
진통제로 버텨온 터여서
이미 연골은 모두 닳아버렸고
이젠 뼈까지 부서져 나가고 있단다.
그런 미련한(?) 엄마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내일 수술을 한다.
엄마가 그동안 힘들게 살아 온 삶의 무게 만큼
엄마의 육체속 뼈마디들도 녹아 내리고 있나보다.
열 여섯에 시집와 칠순이 되도록
맏며느리에게 주어진 삶,
한량인 남편의 아내에게 주어진 삶,
그리고 엄마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평생 엄마를 짓누르며
엄마의 육체를 녹아내리게 했으리라.
이젠 편히 쉴 만도 하건만
자식들에게 떠넘기게 되는 수술비 걱정에
오늘도 당신은 병상에 누워 애가 타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그 옛날 엄마가 나 어릴때 하셨던 것처럼
엄마 옆에서 용변도 받아내고
과일도 깎아드리고
이야기 상대도 해드리며 병상을 지키고 싶지만
아이들 학교 때문에 멀리서 마음만 죈다.
수술비 걱정에 마음 편히 잠 못드는 엄마처럼
수술비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치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딸인 것이 가슴 시려 잠 못 아룬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엄마의 마음에도
내 마음에도 장대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