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먼 친척분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전화가 울리면
부시시 일어나 멍한 정신으로 수화기를 들면서도
가슴만은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한다.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부모님들이 늙어가시기에...
오늘 새벽에도 정적을 깨고 요란하게 울리는그 소리에 놀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수화기를 들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가슴은 벌써부터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분의 부음을 듣고 잠시 돌아가신 영혼을 위하여
짧은 기도를 올리고 돌아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부모님들이 아직은 건강하심에 감사하며...
아이들이 커 갈수록 내 나이가 많아지는 것처럼
내가 나이 들어 갈수록 이 세상을 함께 했던 분들이
한분두분씩 떠나가고 있다.
새생명이 태어나고 또 그 생명의 뿌리인
윗세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하는것이 자연의 순리이건만
쉽게 인정하고 보내드리기에는 그래도 아쉬움이,슬픔이 너무 크다.
아침에 베란다 창밖을 내려다보면
아파트 마당 한가득 떨어진 단풍잎도
여름 한철 눈부신 푸르름으로 신록의 아름다움을 누렸으리라.
이제 떨어진 잎들은 다시 거름이 되어
돌아오는 봄, 연초록의 새싹들을 피워 내겠지.
내가 이자리에 있음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남도
모두 가신 분들의 거름을 받고서야 가능한 일인 것을 우리는
모두 잊고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닌지.
떨어진 잎은 아쉬워하면서 늙으신 부모님은 빨리 가시기를 은근히 바라는
이 슬픈 시대이니까...
이제 옷을 갖추어입고 그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좋은 향내 나는 향이라도 하나 올려드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