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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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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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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BY 서향 2010-02-06


**졸업식**

2월 4일 맑음.

내일 예성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새삼 돌아보면 조마조마 걱정스럽던 녀석이 이제는 다 자란 듯 스스로

자신을 간수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마지막 겨울방학동안 머리를 파마하고는 잘 어울리는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외모에 신경 쓸 나이도 되었구나....아니다.  빠른 아이들은 사춘기때

외모에 신경을 쓰는데, 예성이는 좀 늦되는 아이같다.

사춘기도 조용하게 지나가고, 졸업을 앞두었다고, 그다지 나데는 일도 없으니

엄마로는 거저먹는 격이다.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엄마가 더 들떠서 며칠 전부터 더 난리다.

졸업선물로 운동화를 사줬고, 오늘은 꽃다발준비는 아빠에게 일임했으며

졸업식 끝나고, 점심먹을 식당에 예약을 마치고 나니깐, 마음이 가볍다.

내일은 회사를 쉬고, 아들 졸업식에 다녀올 생각이다.

ㅎㅎㅎ~혼자서 웃음이 난다.

"내가 너를 키웠자나...."라고 으시대고 싶어진다.ㅎ

아무튼 엄마 참 고생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있지.

 

2월 5일 맑음.

아침에 졸업식이 있어 그런지 아들이 스스로 일찍 일어나 엄마를 깨운다.

"엄마! 나 학교 가야해" 매일 아침마다 깨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였는데,

스스로 일어나 엄마를 부르는 것조차 소중하게 느껴진 아침이었다.

아들의 파마머리를 만져주고, 아침을 차려 옆에 앉아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나의 시선은 아들의 얼굴에 곶혀 있음을 어쩔 수없었다.

키가 훌쩍 커버려 180이 넘는 녀석을 아직도 엉덩이 만지며 이뻐하는 엄마가

'나'란 사람인데, 그렇게 아들을 졸업식장에 보내놓고, 분주히 준비하여 아빠와

아들의 학교에 도착해서 강당으로 가는 발길이 설레였다.

강당에서의 졸업식이 끝나 교실로 자리를 옮겼고, 담임선생님은 졸업장과 앨범을 

나누어 주면서 학생들과 작별의 인사를 했다.

처녀선생님이라 그런지 하얀장갑을 낀 채, 학생들 한 명...한 명과 악수를 하는데,

남자아이들이라 목장갑을 벗겨 자리로 들어가면 선생님은 웃으며 학생 뒤를 따라가

다시 장갑을 받아 손에 끼셨다.

학생들이 "선생님! 장갑 안끼셔도 돼요."라고 외치며 웃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늘 조용한 편인 아들이 자기 이름이 불리우니깐 나가서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선생님을 가볍게 포옹해버린 것이다.

순간, 교실에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웃으며 박수와 함성이 질러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보고있던 난, 정작 당황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나중에 점심식사를 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과 아들의 재치를 얘기하며

웃음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상하나 못받았어도 잘 커준 내아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