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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외출**


BY 서향 2009-09-12

**아주 특별한 외출**

 


얼마전 지인이 음악회에 가실분은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원래 공연문화를 좋아하는 난 거침없이 초대장을 지인께 부탁했고,

 

방학중이라 집에만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클래식. 가야금연주.

 

재즈공연이 있는데, 엄마랑 같이 갈 생각이 있냐고 기대 없이 물었더니

 

단번에 간다는 것이다.

 

아들이 안 간다고 할 줄 알았고, 남편이랑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들이 간다는 바람에 당연히 아빠는 탈락 된 것이다.ㅎㅎㅎ

 

퇴근해 전철역에서 아들과 만나 압구정역으로 향했다.

 

엠피쓰리로 음악만 듣는 아들과 퇴근길의 지하철이 복잡했고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이 압구정역에 도착했다.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았고, 오랜만에 엄마와 아들은 저녁을 먹으면서


 

닫았던 입을 열어 메뉴를 선택하고, 음식을 먹으며 맛의 평가를 대화로


 

시작하면서 그간의 단절되었던 마음 문이 열리는 듯 했다.

 

사춘기 접어들면서 부쩍 키도 크고, 사내아이라 그런지 엄마와 대화가 줄어

 

들었는데, 다들 그렇다고 하던데~ 엄마는 가끔 그런 아들이 품을 벗어나는

 

것 같아 서운했었다.

 

장천아트홀을 찾아 저녁 8시 공연인데 30분전에 도착한 우리는...가수 최성수가

 

인터뷰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지인이 맡겨둔 초대장을 안내데스크에서 찾았다.

 

정인氏 貴下라고 적힌 초대장을 받으면서 지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없음이 안타깝기도 했었다.

 

8시10분에 시작된 공연은 봄의 길목에서 아들과 엄마의 대화와 공연중 옆에 앉은

 

아들의 손을 만지며, 때론 아들과 순서지를 보면서 흐르는 곡의 제목을 보기도 하고,


 

클래식에선 졸리운지 아들이 하품을 하길래 볼살과 코도 만져주니 빙그레 웃는

 

녀석을 보며 가슴이 풋풋해지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1부 클래식 공연이 끝나고 2부 공연에서는 웅산이 재즈 음악을 선보였다.

 

평소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았던 웅산(본명:김은영)의 Call me 노래를 좋아했던

 

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들도 "엄마가 이 가수를 알아?" 하면서 웃었고, 웅산의 노래에 엄마와 아들은

 

빠졌다고 해야 딱 맞는 표현일게다.

 

아들은 엠피쓰리로 웅산공연을 녹음하고, 난 재즈리듬에 취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영혼을 울리는 매력적이 보이스 재즈디바 웅산의 꿈같은 공연이 끝나 웅산이

 

무대에서 사라졌고, 앵콜박수는 오래동안 계속 되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웅산과 뮤지션들이 다시 들어왔고, 웅산을 보며 난

 

부끄러운 듯 소리내어 외쳤다.

 

"Call me 불러 주세요"

 

웅산이 내 쪽을 쳐다보며, Call me~~~첫부분을 불러 주었다. 그리고

 

"내노래를 아세요?" 나를 향해 물어보는데, 이십대로 보이는 34세의 미모를 가진

 

웅산의 눈에 내 눈을 마주하게 되니깐...떨림이 일어나서 얼굴이 붉어지는 듯한

 

열꽃이 피어났다.

 

앵콜공연까지 끝나고 1층로비에 준비된 뷔페파티에서 진양혜(아나운서).최성수.

 

 웅산(가수).김영미(소프라노).김남두(테너) 등 다시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잠깐 화장실을 간 아들을 기다리며 난 웅산에 시선이 머물러 거리를 둔 채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웅산이 나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Call me" 했던 분?

 

"맞아요~ 너무 좋아합니다." 말하는 입가에 웃음이 어린아이처럼 흐른다.

 

거기서 다시 인사를 하고, 장천아트홀를 아들과 걸어 나오면서 행복했다.

 

아들은 돌아오는 길에 엠피쓰리 음악을 한쪽씩 엄마와 같이 듣자며 귀에 꼽아준다.

 

물론 녹음한 웅산의 공연실황을 듣고, 아들이 좋아하는 곡도 같이 들으면서

 

행복했던 아주 특별한 외출이 막을 내리다.

 

 

**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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