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애들 학교시간에 나가보니 간밤에 내린눈이 처음으로 몇센티나 내려서
애들 다니는 길을 비로 쓸어내고, 사위 차도 대충 쓸어내려주고, 출근하는 젊은이들 차도 앞 뒤로 대충 쓸어주고, 공연히 수호천사라도 된듯 , 하얀 눈 때문인지 마음이 여유롭다.
속으론 이사람들 오늘 꽤 기분 좋을꺼야! 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늙은이에게 쌩뚱맞게 호의를 받아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데, 나혼자 괜히 신난다.
가끔 이렇게 안하던 짓하면 갈 때가 됬다는 신호라던데, 죽을때가 되어 노망난 처신인가? 혼자서 궁시렁대며 퍼붓는 눈을 비로쓸며 출근하는 이가없나? 슬쩍 눈을 돌려본다.
아파트에서 눈 온 줄도 모르고 나와서 당황한 이들에게 좋은일 한번 괜히 하고싶어지는 날이다.
갑자기 내린눈 때문에 입구에는 벌써 출근길이 막혀서 엉망이라며 난리가났단다.
이렇게 아침을 수선스럽게 보내고 안으로 들어오니 동녘의 햇살이 순식간에 떠오르며 그와함께 내린눈이, 집안 청소하며 서성이다 거실 밖을보니 에궁!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허탈한 풍경이,
겨울이 지나는 허무와함께 공허로 가슴이 비어버린다. 아침에 수선이, 실없는 친절로 끝나버린것이다.
얼었던 마음도 봄같은 햇살로 맥없이 녹아버리겠지, 사순시기를 맞아 주님의 흔적을 닮아 선함과 사랑으로 살아보려는 도전이 너무 쉽게 끝났다. 한나절도 안되어 우리사위는 늦게일어나서 장모가 차에 눈을 치워준 줄도 모르고 저절로 녹아내린 줄로만 아니, 공치사가 되어버린 웃기는 아침이다. 오늘은 출근을 안한다나? ㅎㅎㅎ
눈 녹듯 사라진 감정들이 뽀송한 마음으로 햇살의 온기속에 새롭게 살 수 있기를 봄오는 길목에서 새싹을 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