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시가지를 지나다보면 흥국생명 건물주변 가로수가 모과로 심겨져서 봄에 꽃이 필때부터 올해에는 시월이되면 모과한개 따다가 집에다 모셔둬야지 하며 벼르다가 여름지나 가을이되어 모과가 노오랗게 무르익도록 10년을 지나 다녀도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어느해의 모과는 너무 가물어 알이작고 여름 태풍에 할퀸자욱이 검게 흉져서 내 마음도 민망하도록 아렸다. 그 하나를 얻고자 유심히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그해의 날씨변화까지 알게되고 그 상처로 고통받는 모습을 고스란히 내 가슴에 각인되어 지날적마다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느해도 고통없이 모과가 달리는 해가없었다. 가뭄에, 태풍에, 장마에 , 사람이라면 못살겠다고 벌써 그 자리를 떠났을터인데 바람불면 휘어지는 고통에도 변형된 모습으로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앙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년전인가 길을가다 길 건너 모과나무를 보았다. 그런데 그 밑에 노란 무엇인가 떨어져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웬일인가! 하며 얼른 가서 주워보니 한쪽에 검게 병들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혼자 속으로 뇌이며 향기를 맡아보니 오!! 싱싱한 것보다 몇배나 향기를 내는지 ..
다른것들은 나무에서 아직 새파랗게 달려있는데 그 놈은 일찍 철든 아이처럼 농축된 향기가 진동하였다.
삶의 끝자락에 다다라야 철이드는가 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 때가되지 않았어도 아파봐야 이렇듯 진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보다.
가엾고 안타까움에 살며시 품고와서 거실 tv옆에 얻어놓고, 난 아픈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고 그 향기처럼 철들어 갔다.
자연은 어느것이라도 스승이되어 깨우침을 주는것이다. 만물이 존재이유는 이렇듯 숨겨진 진실을 얻을때 그 속에서 하늘의 섭리를 깨우치는지혜를 느끼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