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리 아파트 옆길로 돌아, 검은 호수처럼 펼처진 인삼밭을 자니면 작은 오솔길이나왔다. 울 아파트 "60억짜리 별명을 갖인 아저씨가" 일러주었는데 (전에 분당에 살 때 붙여진 것)
한번 같다가 못찾고 이번엔 우연히 일러준것같은 곳으로 들어섰는데 길가에선 뵈지않던 찔레꽃 향기가 입구부터 예사롭지않게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애기똥풀꽃도 군락을 이루며 야트막한 산 입구에 꽃밭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산이라고 해야 약간 언덕진곳에 나무가 있으면 산이다. 강원도 산에비하면 언덕정도인데 숲이 울창하여 정상까지 오르는데 숨도 안차고 나무그늘에 가린 하늘이 싱그런 오월의 고향냄새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훅훅 거렸다. 잊어버린 유년의 딸기따러 쫓아다니며 맞던 숨막히던 냄새였다. 풀냄새 찔레꽃향기가 취하도록짙게 풍겼다.
재미없는 울푠과 별 이야기도 없이 제각각이 느낌으로, 결음내기하듯 오르는 푠의 뒷자락에서 갖가지 생각들을 하며 모처럼의 멋없는 데이트를 하였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 무지개빛 같은 다양한 색갈의 나의 성격과 잿빛같은 그의 바탕색이 이루는 화폭은 그 배경 만큼이나 섞이지 않는 경계를 이루며 서로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뻐꾸기 소리가 요란하여 맞장구를 쳐 주었더니 이놈이 내 소리를 따라 코앞까지 날아와서 두리번 거린다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나무뒤숨어서 고놈이 한번울면 나도 같이 받아서 소리하니 제 친구인줄 착각하고 찾아온 것이다. 울 푠도 신기하던지 가까이 날아온 뻐꾸기를 보고 저기있다. 하며 즐거워 하였다.
제법 숲의 형태를 갖추고있는 산에는 갖가지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는것 같았다.옆에는 자생으로 자라는 참두룹 개두룹, 밤나무, 등 계절마다 먹거리를 제공해줄 즐거움이 자라고 있었다. 아마도 그놈들 때문에 심심찮게 찾아올것 같다 . 모두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만난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정들여가며 벗나날 수 없는 또 다른 고향을 가슴에 뿌리내리는게 아닌가 싶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허허로운 일상의 무료함을 갖가지 풀꽃향기로 나를 달래주고있다. 그렇게 현실에 순응하며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 오월 빛나는 계절 처럼
내 가슴도 푸르게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