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이라면나는 들국화로 표현하고싶다.
삶이 너무나 초라하고 힘들어 이름이라도 예쁘게 지어보고 싶어
산기슭 응달에 조용히 피어있는 산난초로 작명을 하고보니 그 또한 아픈꽃이다.
들국화는 봄에는 쑥부쟁이인지 들풀인지 분간이 안되는 하잘것 없는 들풀이다. 봄부터 여름날엔 모진풍상과 뇌성벽력을 다 맞으며 타는 더위에 지친 날개를 늘어뜨리고숨 죽이며 볼품없이 살아온 들국화,
이제 찬서리 오기전에 꽃피울 일만 남았는데 , 세월아, 세월아,
얼마남지 않은 날 을 위해 이 쓸쓸한 가을날 ,연보라 고운향기로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참고 기다렸나 봅니다. 양지쪽의 꽃들은 자랑스럽게도 벌써 만개해 있는데
응달 그늘에서 자란꽃은 아직도 철늦은 때 가 되어도 꽃을 피워내지도 못하고 햇살을 갈구하며 애태우나 봅니다. 서리가 내리기전에 꽃 한송이라도 피워내야 할텐데....
그리 녹녹지 않은 풍상의 세월에 살 날 보다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바쁘다는 것을 알지만
일생 꽃 한번 피워내지 못해도 들국화의 교훈은 언제나 내 가슴에서 나를 굳건히해 줍니다.
들에는 들국화가 곱게 피어있는 이 쌉쌀한 가을날 , 웬지모를 허허로운 인생의 고달픈 여로에 상념에 젖어들게합니다.
2001.늦은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