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포도가 한창일때로 기억한다.
아들녀석이 기어다닐적 일이다.
아이가 어릴때엔 왜그리도 몸이 부실했던지...
아이가 아프면 같이 아프고 아이가 안아파도 난 늘 힘이 없고 아팠다.
그때도 내가 아파서 누워있던 때였다.
녀석이 자꾸 내 손을 끌고는 안방으로 가잖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끌려갔더니만,거기엔 아들녀석과 성씨는 같지만,
나를 향한 마음은 아이와 정반대인 사람들이 포도를 맛나게 먹고 있었고,아들녀석은 그것을 먹으라고 날 끌었던 것이다.
어린 맘에도 날 생각할 사람이 저 밖에 없다는 걸 알았던건지....
녀석이 여자친구가 생겼단다.
처음엔 놀랐다.벌써?전에는 은근히 생겼으면 했는데,막상 생겼다니까...
좋아해야할지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기에 별 말 하지 않았다.
퍽이나 자랑하고팠던 맘이 눈에 입에 가득했다.
한 번 보자고했다.
처음 대면에서는 그다지 눈여겨 볼 시간도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부족하였다.
그래서 내가 미안했다 사실은 내가 보자고 이야기를 한 터라..
그런후에 아들녀석은 내게 물어봤다 여자친구 어떠냐구..
물론 어린나이에 벌써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니 좀 당황도 된건 사실이었다.
그렇거나 어쩌거나 여자친구라니...별 다른 느낌도 말하지는 못했다.
아들녀석 눈치를 보아하니
아주 맘에 들어하는 눈치다.
한참때니까 그렇겠지 생각했다.
가끔씩 여자친구라면서 문자가 오곤 했다.
처음엔 서먹거려서 뭐라 답해야할지...아마도 전화는 어려워서 못하는 듯 하였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했다.
뭐 여자라는 아이가 무뚝뚝한 듯도 하고 여우짓하고는 거리가 먼 듯하였다.
하기사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무슨 여우짓을 하겠는가...원 나도 별스럽지.
한참 지나고 또 여자친구라며 문자가 왔다.
답장을 보냈다.
또 답장이 왔다.......
문자가 오고가면서 왠지 참해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 사람의 속을 몇 번의 문자로 알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느낌은 있었다.
아들녀석은 문자를 받았다고 하면 내 속내를 알고 싶어했다.
하루는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여우짓은 할 줄 모르지만 심지는 굳을것 같아서 괜찮아 보이더라"라고..
녀석...그 말에 입이 귀에 걸렸다..참나 원 --;;
어느 날인가는 또...
여자친구한테 잘해주란다...내 성격이 나왔다.
"결혼 한 것도 아니면서 벌써부터 그러냐고 한 마디 했다."
"결혼 할꺼에요"
"!!!!!!!!!!!!!!!!!!!!!"
할 말이 없었다.
한때의 생각이려니 했는데...결혼까지 한댄다..
방송에서나 가끔 영화에서나..듣던 이야기가 내게도 현실이 되는구나 싶었다.
여자친구가 말도 이쁘게 하였다.
언젠가는 어머님이란 단어가 왜그리 거북하던지..내가 무지 나이들은 기분이라서"어머님 어머님 그러니까 내가 나이들어보인다"며 지나치는 말로 했더만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무안주려고 했던건 아닌데...
그러고 나서 또 얼마 안 있어 문자가 왔다.
서서히 문자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얌전해 보였다.
그런 후로 전화도 오곤 했다.
녀석은 그렇게 벌써 커버렸다.내가 세월속에서 통곡하며 지내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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