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유한 집 냉장고 안이 시끌벅적 해졌습니다.
이유인 즉슨, 마침 주인이 며칠 동안 집을 비운 기회인지라
속상한 맘을 토로하기로 하였던것입니다.
맨 처음 입을 열은 것은 양파였습니다.
양파:"왜 사람들은 내 몸을 자꾸 자꾸 벗기는지 모르겠어.따갑고 쓰린데말야."
계란:"나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나를 깨어서는 얌체처럼 알맹이만 쏙 빼먹고 내 겉옷은 쓰레기통에 버리잖아. 정말 속상해."
마늘:"사람들은 말이야. 내 형제들을 모두 쪼개고 나뉘는것도 모자란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짓찧는단 말야..얼마나 아픈지 알아?사람들은 잔인해."
참깨:" 잔인?그래 사람들은 잔인해 잘잘한 깨알...쌀알보다 더 작은 날 찧을곳이 어디있다고
날 절구통에 넣어 콩콩콩콩 찧잖아. 그 날은 밤새 앓아 눕는단말야."
양파가 곁에 있던 배추를 쿡쿡 찌르며
"너는 할 말 없어?있잖아 해봐 이런 때 아니면 우리가 또 언제 하겠니?"
그러자...배추는"난 할 말 없어"라며 일축 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마늘이 통통 뛰어 배추 옆으로 다가가서는"잘난척 하시네" 라며 은근히 화를 돋구자
옆에 있던 참깨가 배추의 성격을 아는지라 마늘을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마늘이 조그마한 그 체구를 들이밀며 배추에게 깐죽대는 것 이었습니다.
참다못한 배추가 머리로 마늘을 받아버렸습니다.
냉장고 바닥에 뚝~ 떨어진 마늘 하는 말"배추머리면 다야? 더 받아봐라 받아봐 .지가 무슨 배추계의 김일이라고...웃겨"
그때서야 둘러섰던 친구들이 길다란 배추와 작달만한 마늘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팔 걷어부친 마늘과 머리가 헝클어진 배추를 진정시키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한참후에야
진정된 마음으로 다시 옹기종기 모여앉아 배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하였습니다.
배추:"나도 왜 할 말이 없겠어? 그야 물론 불만이 있지.
불만이란건 나만 있는게 아니잖아. 너희들도 있고,어쩌면 주인도 있을거야.
세상살이가 어디 쉽겠어?"
"언젠가 주인 아주머니께서
너희들 낮잠자고 있을때에 내게 넋두리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래도 너희들은 친구라도 있지..난 그렇지도 못한데...사이좋게 지내렴"
그래서 그 후로는 너희들에게 잘대해주고 싶었고,그랬었거든."
"부유하니까 걱정 없을꺼라 생각했던 주인 아주머니에게 친구 없는 외로움이 있다는걸 알고는 누구나 내가 모르는 아픔이 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마늘이 톡~~나서서 하는 말
"그래도 그건 그거고 네가 가진 불만을 이야기 하라니까?"
화가 머리까지 치밀은 배추 왈"야 임마..네가 인생의 짠맛을 알아?"
갑자기 정적이....흐르고~~ 흐르고~~~~~~~~~흘렀습니다.
"너희들 몸에 소금 뿌리면 어떤지 알아?그리고 절반이 넘는 수분이 빠져나갔을때의 그 몽롱함을 알기나해?진정 짠맛을 알기나 하냔 말야!!"
"내 불만은 이거야 이제 됐지? 난 잠자러 간다..나머지는 너희들끼리 이야기해"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서로의 불만을 이야기해봤지만,결론은 짠맛도 모르는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주인이 올때까지 서로를 위로해주며 조용한 냉장고 안에서 웃음을 주고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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