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기억조차 없는 오래된 여름 날
내 키보다 무척이나 커다랗고 길~~었던 감나무 그늘에 앉아
악보위를 지나는 하늬바람 꼬리를 잡으며 피리 불던 시절.
감꽃이 피는 시기에는
그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어 목에 걸고,
감꽃이 지고나면
떫은감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 소금으로 잠재우고,
하늘문이 열린 듯 가는허리를 자랑하는 빗줄기가 홍수로 퍼 부을때면,
작은 도랑을 건너기위해 무릎 위까지 걷어올려야 했던 반바지.
세월은 벌써 서른 해를 넘기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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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으며,나의 주 놀이무대가 되어주었던 그 길은
나 어른이 되기까지의 세월속에 깎이고 깎이어 야트막한 길이 되었고,
얼만큼의 사람들이 그 길을 오갔는지도 모를
신작로보다 더 반질거리는 도로들로 이어진 그 길을
19c의 어린 소녀가 21c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비록 그 여름의 휴식을 주었던 하늬바람 맞을 수 없고,
색감 화려치않은 감꽃 목걸이는 만들수없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만들수없는 단 하나뿐인 그 추억들은
긴 세월동안 닦여진 내 눈으로 난 길을 밟으며 가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