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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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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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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깨웠더니...


BY 캐슬 2005-01-16

                     괜히 깨웠다.

    아침 잠결에 일렁이는 바람소리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았다. 무엇일까?
    두 귀를 쫑긋이 세워 바깥을 향해 안테나를 세워 보아도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궁금증을 도저히 참기 힘들어 윗옷 하나를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
     8시30분이 지나가는 시간임에도 커튼 속의 거실은 한 밤 인 듯 어둠이 가득하다.
    살짝 커튼을 들어 밖을 내다보던 나는 '오 마이 갓!'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다.
    '세상에 눈이다.  안방으로 달려가 남편의 발목을 흔들었다.
    "눈이 와요. 그것도 아주 많이 펑펑! 함박눈이..."
    나의 호들갑에 아주 당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눈 온다 했다."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는 남편을 깨우기는 재미가 시들해서 딸아이 방으로 달려갔다.
    "얘. 윤이야 큰일났다 큰일... 눈이 막 온다"
    딸의 귀에 대고 여러 번 속삭였다.
    엄마의 수다가 귀챦기만 한 딸은 마지못해 눈을 뜨며 딸이 되 묻는다.
    "엄마 왜 무슨 일이야."
    "응 눈이 온다. 많이많이 막 쏟아진다"
    "참! 난 또 뭐라고...어제 뉴스에서 눈온다 했잖아. 난 더 잘 거다"
    돌아눕는 딸아이의 목소리에는 눈보다 잠이 더 좋다고 합니다.
    수다가 머쓱해진 나는 갑자기 너무 심심해진다.
    언제 멈추어 버릴지도 모르는 눈이 펄펄 내리는
    창 밖을 보며 흐르는 시간 1분 1초가 아쉽기만 하다.
    언제 부산에 이런 눈이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가 보다.
    첫눈이 내리면 만나서 차 한잔을 약속한 친구도 오래 전 헤어진 연인도 없는 내가
    왜 이리 설레서 동동거리는지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난다. 한참을 진정시킨 마음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혼자 수선을 피며 얼마나 창 밖을 보며 있었을까요?
    남편이 마지못해서인지 잠이 깨어버려서인지  안방 문을 밀고 나온다.
    "어디 눈이 얼마나 오는가 보자. 정말 많이 오네.  햇살 들면 다 녹아서 물 되어버리겠다"
    쓸쓸하게 혼자서 바라보는 것 보다 둘이서 바라보는 눈이 더 포근하고 아름다운  아침이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그런데 마누라 나. 배고프다 밥해서 빨리 먹자"
    혼자 보는 고요함을 그냥 즐길걸 공연히 남편을 깨웠더니 또 밥 타령이다.
    눈오는 날 아침의 고요는 그 놈의 밥 때문에 이렇게 깨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