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게 책보며 침대에 엎드려 있는 아들 방을 들여다 보고 행복한것도 잠시였다.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니 3시가 다 되어간다.
7시까지 귀대란다.
아들은 점심은 너무나 먹고 싶었던 피자와 팥빙수를 사 주었더니 밥을 먹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먹일 저녁을 준비하면서 짧은 만남이 아쉬워 자꾸만 시계를 올려다 보았다.
4시 출발하면서 마당의 백합 앞에서 기념사진 한장을 찍었다.
아들의 임관식때 꽃다발 만들려고 했는데...잔뜩 맺히기 시작한 백합이 아들을 환영하듯이 한송이씩 피어나고 있다.
"에구 이 바보야 더 있다가 피라니까? 우리 아들 임관식하는 그날에 피라구"
백합에게 투정을 하는 나를 보며 아들은 웃기만 할 뿐이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들은 말했다.
"내일부터 배고파서 어쩌지? 많이 먹어 두자"
조금 많다 싶은 밥을 다 먹고 난 아들은 배가 너무 부르다며 속이 거북하다한다.
남편은 커피 한 잔 뽑아 들고서는 슬그머니 아들에게 소화제 한 병을 건넨다.
"먹어두렴. 부대가 가까우니 니가 긴장하나 보다"
부대가 가까워 오자 아들의 표정은 자꾸 굳어진다.
룸미러로 아들을 훔쳐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멀리 부대의 후문이 보이자 아들이 말했다.
"훈련 받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게 보이면 저 차만 타면 우리집에 가는데.."
했었단다. 그 길 위로 지금 자기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단다.
부대 후문앞에 붉은 모자를 쓴 교관들이 지휘봉을 들고 서 있다.
차에서 내리면서 벌써 아들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진다.
우리 아들만 그런게 아니고 모든 아들들의 얼굴이 다 똑같이 경직되어 있다.
교관 앞줄에 서 있는 아들들은 눈알도 제대로 굴리지 못한다.
아들들은 이내 일렬로 서서 부대안으로 사라진다.
아들의 대열 옆으로 달려가 겨우 아들과 옆 눈을 맞추어 안녕을 했다.
아들은 연기처럼 순식간에 부대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너무 아쉬워 멍하니 서 있었다.
5분 10분이 지나는데 늦은 아들들이 있었다.
얼굴이 이미 겁에 질려 흟 빛인 아들들은 몇명씩 모여서 자신의 임시 군번을 기록하고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30분 정도 지나을까?
이만하면 다 왔겠다 싶은 늦은 시간에 차에서 내리는 한사람의 아들이 있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 아들이 눈에 밟혔다.
'한번만 용서를 해 주면 좋겠다'는 바램은 바램으로 끝나겠지만 두려움에 떨고있는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참새 새끼처럼 떨지 말고 좀 일찍 오지? 이녀석아!'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는 혼잣소리를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