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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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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아들이 자고 있어요


BY 캐슬 2004-06-20

 새벽 5시 살금살금 일어나 김밥을 쌌어요.

6시 남편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 옵니다.

"가자"

"같이 가게요"

"비 오는데 같이 가자"

지난 밤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현관문을 앞서며 도시락 가방을 듭니다.

냉큼 따라나서는 제 맘이 새털 같습니다.

하늘은 군데군데 흐리고 비도 지나는 도시마다 오다가 말다가 합니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모닝커피 한 잔하고 다시 달렸습니다.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꽉 끌어 안아 줘야지? 수고했다고...고생했다고...' 해 줘야지?

숱한 영화의 명장면을 혼자서 머리속으로 그려 봅니다.

공군사령부 정문 앞에서 까치발로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들어 섰습니다.

조금이라도 정문 가까이 있다가 아들 빨리 보려고 차를 정문 가까이 주차 시켰습니다.

비가 오고 옷이 얇아 추웠습니다.

반팔인 남편은 차에 들어가라는 제 말에 아랑곳 않고 목을 길게 늘이고 정문 안을 바라 보았습니다. 우리 부부 언제 이렇게 한 곳을 향해 이토록 간절했었지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식이라는 끈이 이리 질기고 질긴가 봅니다.

지역이 같은 후보생끼리 버스를 대절해 보낸다는데 굳이 제가 데리러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단 몇분이라도 함께 더 하고 싶고, 편하게 데려오고 싶고,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게 싫어서 입니다.

버스가 한대 정문앞에 이르고 감색바지에 하늘색 셔츠의 군인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편지에서 말한 '약복'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간단한 보고를 하고 군인 한 두명이 정문을 향해 걸어 나오시 시작합니다.

아들을 기다리던 얼마의 사람들의 대열이 순간 흐트러집니다.

'올라 서시라는'헌병들의 당부의 말이 무색한 순간입니다.

아들을 찾기위해 눈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 거리는 우리 부부앞에 까만 낯선 청년이 '필승'하고 경례를 합니다.

이게 누구지 하고 멍한 순간 '엄마! 저에요?'합니다.

너무 까맣고 여위어서 그만 아들을 몰라 봤습니다.

남편과 아들 저 우리 세사람은 어정쩡한 포옹을 하고 말았습니다.

멋진 모자 상봉장면의 연습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눈물이 찔끔 나는 다음 순간 남편은 아들을 보내던 그날처럼 하늘을 쳐다 보고 있습니다.

"씨 엄마 눈물난다 "

차 안에서 티슈로 눈자위를 누르며 아들에게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아들의 얼굴은 검다 못해 '구리빛' 입니다.

네! '구리빛'이었습니다.

목소리는 쉬어서 말도 잘 못합니다.

대답도 군대식입니다.

정자세로 '네! 네!'합니다.

그러지 말라고 해도 습관이 되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안타깝고 애틋했습니다.

100일 휴가가 아니고 장교는 훈련 기간이 길어 2달만에 2박3일의 짧은 특박입니다.

오늘 휴가 나오기 위해서 버티었다는 아들의 말에 또 마음이 울컥 합니다.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집에 온 아들 저녁에 잠간 친구들 만나고 와서는 지금껏 잠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먹고 싶은 것 다 적어 왔다더니 ...사 주어도 영 먹지를 못 합니다.

먹고 싶던 과자와 빵을 먹고 배탈이 났습니다.

어제 오후엔 아들과 슈퍼를 가는데 멋진 비옷을 입고 우산은 안된다고 그 비를 다 맞습니다.

아들의 레인코트가 멋있는지  모두 다 쳐다 봅니다.

남자도 여자도...제가 봐도 멋있긴 멋있습니다.

제복은 역시 멋있었습니다.

우산으로 모자를 가리니 씌우지 말래요.

군인의 명예를 실추시켜선 안된다네요.

친구 만나러 가면서는 혹시 술 먹을지 모른다고  사복을 입어야 된대요.

술 먹고 흐트러진 모습을 일반인들이 보면 안된다며...아들은 철저한 대한민국 공군이 되었습니다.

엄마인 저도 공군의 엄마답게 씩씩해져야 하는데 영 저는 안되겠습니다.

아들의 쉰 목소리가, 까맣게 탄 모습이, 모기에 물린 여기저기가,....모두 안타깝기만 하니 말입니다. 

아들은  일요일 오전 10가 다 되는 지금까지 꿈나라에서 놀고 있습니다.

전 지금부터 맛있는거 준비 할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