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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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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BY 캐슬 2004-04-24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이럴땐 무작정 역으로 나가는게 제 습관입니다. 얼마전 개통한 KTX 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달라진 역사에 잠시 촌놈처럼 어리둥절했습니다.

KTX 표를 끊었습니다. 요금이 예전 요금의 절반이나 인상 되었습니다. 이제는 큰맘 먹어야 기차를 탈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 손쉽게 탈수 있던 기차는 형식적으로 아주 드믈게 남겨져 있습니다. 잠시 예전 기차가 그리웠습니다. 이제 기차 한 번 타려면 대단한 계획과 결심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기차표를 들고 개찰구 앞에서 잠시 주춤했습니다. 열차표 개찰도 지하철 표처럼 자동 개찰을 했습니다. 기차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달렸습니다. 자리를 찾아 앉는데도 도 촌티를 날렸습니다. 자리찾는데 좌석번호를 잘못  읽었습니다. 에전은 좌석 번호에 창측과 내측만 분별하면 됐는데 00번 다음에 이어 A.B.C.D이런식으로 영어가 있었는데 제 번호는 7D였습니다. 흡사 70번 으로 보였습니다. 왔다 갔다하다 자세히 보니7D인듯해서 찾아보니 맞앗습니다. 좌석을 찾아 앉고보니 의자가 정말 좁았습니다. 내 옆자리의 애기엄마는 애기까지 안고 좁아서  어쩔줄 모릅니다. 의자의 등받이는 꼼짝도 않습니다. 맙소사!.

열차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앉은 절반의 승객은 서로를 마주보는 이상한 의자의 배열로 가야 한다고 불평을 하십니다. 저도 한칸 앞줄의 승객들과 얼굴이, 시선이 자꾸 부딪혀서 몹시 불편 했습니다. 기차는 300KM의 고속열차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새마을호 열차시간만큼 다 걸리는 군요.

요금은 올랐는데 낳아진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었는데 기분은 초장부터 영 꿀꿀하기만 했습니다.

비좁은 객차안,  불편한 의자, 서로 마주한 역방향으로 앉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어린 눈동자들 …모두가 못마땅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멀미가 났습니다. 울렁거리는 속을 감당못해 서 있었습니다.

빨리 내리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낭만적인 기차여행은 이제 물건너 가버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집 떠나서의 불편함에 지쳐버린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창밖의 흰 아카시아 꽃으로 이 불쾌함을 잊으려 해 봅니다.

차창에 스쳐지나가던  하얀 아카시아꽃을 본 것으로 오늘을 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