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그녀로부터의 (2)
운동으로 다져진듯한 근육질의 사내였다. 회사에서 가끔 본적이 있는 얼굴이다. 한치의 빈틈도 없어 보이는, 사장의 그림자같은 인물이었다. 통성명조차 해본적이 없는 그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을때 승준은 의아해했다.
– 정주호입니다.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 네, 먼발치로 몇번 뵌적있습니다, 정실장님. 이승준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대리를 조금 조사했습니다.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 …
– 오미란 대리는, 장차 이 기업을 이끄실 분입니다
– ..알고 있습니다
– 그렇군요… 알고 계셨군요
– 저와 오미란씨에 대한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거라면,
– 출세 때문이든 그것이 진짜 남녀간의 사랑 때문이든,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 ..
– 저는 이대리를 조사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승준은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이사람은. 말하고 싶은 게 뭐지? 나를 안다구? 그래서?
- 20년째 이 가문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가문에 해가 될 일이 예견된다면, 저는 그누구도 모르게, 최선을 다해, 사전에 막을겁니다.
- …
- 현재 회사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인건 아시죠?
- ..네, 알고 있습니다
- 주시하겠습니다
승준은 긴장했다. 구체적인 설명따위 없이 몇마디 말로도 저절로 상대를 위축시키는 사내였다.
– 저는 이대리께서 어떻게 행동하시느냐에 따라 친구도 될 수 있고 적도 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 명심하겠습니다
현석이 해외출장을 간 사이 미란과 약혼식을 올리기로, 승준은 결정을 내렸다.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는 이리하는 것이 옳은 거야 ,앞으론 돌아보지 않을거야,..라고 결심을 다잡아 세우는 승준이다. ‘승준씨가 그분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어요..’라고 했던 미란의 말이, ‘동근이가 그친구를 캐고 있어’하던 한중근의 말이, 자신을 주시하겠다던 정실장의 말이 좀체로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현석과 승준, 둘 중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핵심이 미란에 의해 간파되고 허를 찔렸다. 그리고 간파된 순간 두사람의 비밀스런 생활은 백주에 까발려져 밑바닥까지 몽땅 남김없이 드러나버렸다. 더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