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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연재] 엘리베이터의 세여자-6


BY 아미라 2007-09-16

단편소설 '엘리베이터의 세 여자'

원작 :     아미라 리

 

연락처: 이멜 egyk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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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이 짙어졌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몇 차례 멈췄던 것 같다. 아마 도 기다리다 지쳐 다른 엘리베이터로 옮겨갔을테지. 사막의 남자는 자기여 자를 놓아주지도 않지만 떠난 여자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엘리베이터와는 다르다.

 

내 사람이 생기니까, 그 사람은 굉장히 친절해요, 남편이 덜 미워져요. 뭘해도 그냥 그런 사람이려니 하고. 가끔 오늘처럼 노골적으로 나올땐 가슴이 터질듯이 아파오지만요. 잘나가는 여자가 메이컵을 고친다. 애인 에게 눈물자국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두볼을 연신 두드리고 있다. 이 여자는 자기 남편에게 눈물자국을 감추려고 메이컵을 고친 적이 있을까. 오히려 더 드러내어 보이지는 않았을까.당신같은 사람하고 사느라 내가 이렇게 매일 울어요. 당신과 함께 하는 내 삶은 지옥이예요. 라고 말하고 싶어서라도.  

 

악어백여자가 말보로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러나 불을 당기지는 않는다. 권하지도 않는다. 예의는 있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난 파혼한 약혼자 를 만나러가요. 물론 그사람도 내가 오늘 쳐들어오는 걸 알리가 없죠. 늘 바쁘다고 하는 데 정말 바쁜 건지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어. 내가 다이아 박힌 롤렉스를 줬었거든. 가져 와야지. 새남자가 똑같은 걸 원해요.  난 돈이 없어. 나이들면 필요한 건 돈이지. 여기서 더 남자한테 돈을 쓸 순 없어. 우리 이모가 그랬어요. 남자가 나를 위해 돈을 쓰게 하라고. 근데 내 주위의 남자들은 다 돈을 바래. 더 많이 갖고 싶어하지. 내돈도 지들 돈으로 여기고 싶어한단 말야. 정말이지 욕심스런 종자들야. 악어백여자가 또다시 독백을 한다. 누군가에게 말이 하고 싶은 외로운 사람들의 특징이다. 한 사람은 전투를 준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에 들떠있다. 그리고 나는. 마음빚을 갚기 위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아빠는 늘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으셨지. 내가 포기하시라고 마침내 말씀드렸을 때의 아빠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 학문의 길도 의사의 길도 가지 않겠노라고.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그것이 비록 아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는 단 한번뿐인 인생을 나답게 살고 싶노라고. 그리고 우리 사이에 흘러간 세월이 십년이네 벌써. 내가 오는 걸 모르실 텐데. 어떤 말을 젤 먼저해야하지.아빠는 나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슨 말을 할까. 마침내 엄마가 떠나가고, 아내없이 나를 홀로 키워내신 아빠한테 나는 무얼 해드려 야했을까.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멈출 때까지 아주 잠시의 침묵이 우리들 사이를 떠돌았다. 창에 비친 세 여자가 모두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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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그리고 세 여자가 내렸다. 우리들 앞에 아직도 오픈되어있는 사무실은 엘리베이터 왼쪽의 칫과클리닉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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