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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연재] 엘리베이터의 세여자-5


BY 아미라 2007-09-16

단편소설 '엘리베이터의 세 여자'

원작 :     아미라 리

 

연락처: 이멜 egyko@yahoo.com

 

 

                                               4

 

까페 안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유리창이 한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어 시야가 탁 트였다. 나는 이런 류의 인테리어 를 좋아한다. 까페 안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처럼 서울의 야경을 볼 수가 있었다. 손뜨게 모자를 귀엽게 눌러쓴 어린 여자와 우리보다 뒤늦게 들어와 유리창 앞에 앉았던 한 남자가 일어선다. 골격이 크고 키가 훤칠한 남자였다. 스포티한 면티를 짧은 자켓 안에 멋드러지게 받쳐입고 있었다. 하긴 뭘 입고 있어도 그가 입으면 멋져 보일 그런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귀여운 어린 여자가 멋진 남자에게 팔짱을 끼며 덩달아 일어선다. 나이 차가 십년은 족히 나 보이는 데도 남자의 세련된 매너와 지적인 인상이 그 세월을 커버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 한쌍이야.

 

 미모의 카운터 아가씨가 곁에 있는 화초잎보다 더 짙은 녹색의 정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계산을 한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라고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다. 멋진 남자가 카운터의 아가씨를 아주 짧게 바라보다 떠난다. 그 굉장한 미모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어린 여자와 상당히 비교되는 카운터 아가씨였다.저런 멋진 남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단 한군데도 발견되지 않는 그저 밋밋한 미인이었다. 차라리 그녀가 맨얼굴에 그 긴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매고도 발랄한 인사를 보여주었다면 멋진 남자를 비롯한 이 까페의 손님들에게 그녀는 틀림없이 매력덩어리의 카운터 아가씨로 비춰졌을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부비트랩에 걸려든다. 아름다운 용모 하나만 믿고 자기 발전을 게을리하는 카운터의 아가씨처럼. 그리고 내 엄마처럼.

 

 

 

우리들이 자신의 넋두리를 따분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눈치챈 잘나가는 여자. 우리가 자신을 도무지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슴을 알아채고 크게 상심한  가련한 악어백여자. 그리고 낯선 두 동성 앞에서 두고온 사막의 남자를 떠올리는 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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