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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연재] 엘리베이터의 세여자-3


BY 아미라 2007-09-16

단편소설 '엘리베이터의 세 여자'

원작 :     아미라 리

 

연락처: 이멜 egyko@yahoo.com

 

 

 5층에서 또다른 한 여자가 탔다. 동승이 여자들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토해냈다.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라서 악어백여자도 나도 표정수습을 못하고 멀거니 여자를 바라보았다. 난 잘 생기고..번듯한 직장 에 ..남편이.. 두 아이도.. 00회사 상무죠.. 오늘은 문화강좌를.. 남편 차를.. 날 봤는 데.. 애들이 말을.. 다 컸.. 내가 할 일이 .. 손수건에 연신 코를 풀며 그여자는 훌쩍이는 중간중간 뭐라고 웅얼거렸다.

 

간신히 줏어들은 내용을 총정리해본다면 이랬다. 잘난 남편에 두 아이를 둔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그여자는 그 계층의 여느 주부들처럼 화요일에는 문화강좌를 다니고 목요일에는 봉사클럽에 다니며 주말에는 휘트니스클럽 에서 몸을 단련하면서 자신을 다듬고 있다. 자신은 대단히 완벽한 주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잘난 여자가 왜 엘리베이터에서 그것도 생판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같은 사람들 앞에서 울고 있는가. 우리들의 표정이 그 여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잘나가는 여자가 다시 한번 코를 풀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다 자란 걸 느꼈죠. 나보단 친구를 더 찾더라구요. 어릴땐 뭐든지 다 엄마 주겠다고 큰소리치며 재롱떨던 애들이. 그 컴퓨터를 치워야해. 남편도 점점 퇴근이 늦어지고.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밤이 되면 집으로 다들 돌아왔잖아요. 이민을 가든지. 근데 혼자 있어보세요 아무도 없는 집에. 참 쓸쓸 해지는 거예요 그게. 나처럼 헌신적으로 사는 사람도 요새 없을 거예요. 울어머닌 어떻게 사셨는지 몰라. 잘 나가는 여자가 두서없이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할말은 많은 데 마땅히 그정도의 일상적인 이야기조차 들어줄 상대가 이제까지는 없었던 사람처럼. 세상에는 이런 모습의 굶주림도 있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허기를 벗어날 목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현대에 와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한 약간의 섭취만 한다. 삶의 목적이 달라진 탓이다. 잘 나가는 여자의 굶주림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을까.

 

근데 오늘은 남편이 차를 타고 나를 지나가면서 모른척하더라구요. 첨엔 바빠서 이겠거니 했는 데 자세히 남편차 뒤꽁무니를 보니 유리창에 어스름 보이는 앞 좌석의 머리통이 둘이더라구요. 여자가 또 운다. 문득 악어백 여자가 잘나가는 여자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마치 서양영화처럼. 진짜 배우처럼. 위로는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나에게 보이듯이.

 

어디 가서 차나 한잔해요 우리. 나 알죠? 영화배우 000이예요. 기분이 나아 질 거예요. 남자들은 다 그래.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니까.

 

갑자기 나를 보며.당신도 나 알죠? 반가워요.

 

다시 잘나가는 여자에게. 목에 고삐를 칭칭 감아두고 바짝 당겨서 옴짝달싹 못하게 해놔야지. 그러니까 나 기억하는 거죠? 왜 그 영화있 잖아요. 내 최고의 힛트작. 거기서 왜 내가 바람난 남편 붙잡아다 앉히고 내 남편 하고 바람낸 년 머리채를 확 휘어잡아선 아예 싹둑 잘라버렸잖아요.

 

서서히. 보란듯이. 악어백여자의 눈매가 가늘게 옆으로 찢어지면서 사납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앞이빨을 드러내며 뭔가를 나꿔채서 정말로 마구 뜯어먹을 야수의 기세가 된다. 그 모습이 어린 새끼들을 이끌고 나선 새벽 사냥길에 문득 먹이를 발견한 어미치이타 같다. 그러니까 악어백여자는 어미고 우리는 그의 어린 새끼들이다. 강력한 리드와 보호가 필요한 우리는 어미가 하는 행동에는 무조건 지지를 보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린다. 으르릉그르릉 하는 소리도 잠깐 들린 것 같았다. 화려하고 활달 해보이던 조금 전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이 순식간의 변신에서 그녀가 현직이든 전직이든 여배우인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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