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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느 군인의 편지


BY 아미라 2007-06-14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내 생애 첫 팬레터였다

 

....

 

000신문사 들어가서 수습기간 빼고 한 두어달 일했나..

 

어느날

백기완 선생 끼인 어느 회합에 가서 사진 찍고 나오는 데

강당 안팎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이거 나가서 어디로 끌려가 맞아죽든지

안에서 깔려죽든지 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 그때, 난 정치기사는 못쓰겠구나, 했다

 

수도권 어디에서 하는

모종교단체의 대회를 소식듣고 취재하러 쫓아간적이 있었는데

대형버스 수십대가 들어왔다

어디 근처에서 마을사람들 몽땅 쓸어담아와 내려놓는 게 아닐까,

여겨질 정도였다

 

종교단체에서 하는 대회는 대체 어떤 것일까,를 궁금해하며,

대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설교자이며 대회 주도자인 000 목사님을 찍어야쥐 싶어서

다가가는데,

 

어마나,

목사님 보디가드가 너무나 잘생긴 거였다

떡 벌어진 어깨에

무시무시 번뜩이는 눈이 또 얼마나 이쁘게 생겼던지..

입술은 꾹 다물고.

내가 확. 끌리는 외적요소는 일단 다 가진 남자였다

 

시골사람들 모아놓은 것 같은(대형버스에서 막 쏟아낸) 좌중을 경계?하며

다른 여러 보디가드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는 - 내 지척에 - 있었다

 

도대체 목사님이 보디가드가 왜 필요한지,정도도 궁금해하지 않고, 나는

 

목사님 찍으면서 암튼 그 보디가드가 엇비껴서라도 나오게 사진을 찍어대고

목사님 설교니까 별거 아니겠지 뭐,

맨날 교회에서 듣는 그거겠지 뭐,

그러면서 목사님 설교는 듣는둥 마는둥 (아니, 전혀 귀에 안들어왔다)..그랬다

 

나중에 현상해서 목사님 사진은 갖다버리고

그 잘쌩긴 보디가드 얼굴을 증명사진크기(3*4)로 만들어서

한동안 지갑에 넣고 다녔다

 

내가 이연걸한테도 이렇게 안해봤는데...

 

당시 초등학생이던 남동생이 어느날 그 사진을 보고 물었다

- 누나 애인이야?

- 아니, 000목사님 보디가드야

- 아는 사람이야?

- 아니... (알았으면 좋겠다, 뭐 그거지...쩝)

녀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 그래서 난, 문화부기사도 못쓰겠구나, 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기사를 소설처럼 쓴다는 쿠사리를 내리 맞고

 

결국 그만두었다

 

이래서 '뽄대나는' 사회생활을 접고,

 

...

 

다시 이야기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리고나서 참 여러가지 '글쟁이'짓을 하구 살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글쟁이잣대'로 본다면

배 곯기 딱 좋은 수준인지라,

그처럼 진지한 팬레터는 당시 나를 무척 감동시켰다

 

발신인의 주소가 모부대였던 것으로 보아

군인인것같았다

 

첨엔 내용이 사적으로 접근하더니

내가 자네보다 한참 위야, 해버리니까

누님, 선생님, 누나, 뭐 이런식으로 한동안 계속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내 글을 읽고 군복무기간을 위로받았을테지만,

나는 그의 편지를 받고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몇분의 편지가 기억에 남는데, 팬레터가 아니라

조언과 독려의 내용이었다

 

소설가이며 교수인 000님 - 상징어에 의미함축을 담는 재능이 눈에 띄니

                                     계속 시창작에 정진하라고 편지를 주셨다.

                                     나는 그분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그래서 더 감격했었다

 

연출가 000님 - 함축성 있는 대사가 깔끔하고 인상적이다.

                    하지만 귀하의 작품에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은 단막극에서 소화하기에

                    스케일이 커서 무리가 있다, 고쳐서 다시 보내줄 수 있느냐..

                    ... 다시 보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난 대책없이 고집만 세었다

                 그장면을 빼고 다른 것을 넣으면 도대체 스토리가 진전되지 않을것만 같았다

 

                  피난열차에서 떨어지는 형제를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이걸 뭘루 바꾸란말야..

 

모교의 교수이셨던 000님 - 니 시집을 읽고 연락한다

                      내 제자 중에 아직까지 글쟁이로 남아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열심히 해라

 

..

 

내가 진지하게 이제 그만

 '글쟁이세상'에서 내려올까 망설이던 시절이었다..

 

돌아다니고(여행)

글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에

나는 지금도 낮일(여행사)과 새벽일(글쓰기)을 병행하고 있다

 

아련한 그 어느날의 기억 속에 나를 담고 계실

편지의 주인공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이로에서] 2007년6월14일   편지의 힘은 위대하다, 그 긴날을 ..나를 잡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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