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누군가 나의 장래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서슴없이 '어머니'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나서도 부차적인 꿈이 있다면
나는 '이 나라의 총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대답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20대에 부모님이 주신 모든 재산을 다 잃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내게 남겨진 어머니로부터의
것은 오로지 나 하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순간 순간 그제까지 집안 어른들로부터
내가 받은 사랑과, 관심과, 기대와 가정에서의 교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내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꿈에서조차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자랄 때 집안의 어른들은 항상 나를
'지구를 다 준대도 바꾸지 않을 아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셰익스피어는 인도를 다 준다해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지만
그분들에게 나는 지구와도 바꿔질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나에겐 그러한 집안어른들에게 갚아야할 마음빚이 있었다.
난생처음 맨손이 된 나는 스스로 일어서야 했고
스스로 옷을 털어야했고
내 힘으로 가방을 들어야했다.
똑바로. 항상 똑바로.
어머니가 늘 강조하셨듯이 똑바로. 앞을 보고.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그리고 활짝 웃으면서.
비록 배는 굶을지라도 나는 그렇게 살아야 했다.
나는 늘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어머니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주신 그 어느 물질도 지키지 못했다.
그러니 나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야한다는
관념이 아예 뇌리에 부동의 못처럼 박혀있었다.
나는 지금도 집안어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