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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현묘한 말재주를 다 부리더라도
터럭 하나를 허공에 날린 것과 같고,
세상의 온갖 재간을 다 부리더라도
한 방울의 물을 바다에 던진 것과 같다.”
.........
날은 어둑한데 창 밖 빗소리는 예사로이 들리지 않고,
이럴 때면 하던 일도 멈춰야지.
입은 앞치마 잠시 벗어 두고 차 한 잔을 만든다.
조금은 진하게 만든 커피향이 때 없이 요염하다.
드리웠던 브라인드 거두고, 닫았던 창문 활짝 열어젖히니
“아! 시원해라.”
耳目이 나가고, 맘이 나가고, 차향도 덩달아 나가고...
순간 나는 빈다.
머리도 비고, 가슴도 비고......
그러고 보니
다 비고 허망한 몸뚱이만 난간에 기댔는가 보다.
보내고, 맞이하고...맞이하고 보내고....
수없는 계절을 그리하고도
여직도 속수무책으로 이 심장엔 날이 서는 모양이다.
가을 성급한 걸음이 행여 그 날에 베일까......
빗소리에 묻어가려는 심사가 참 야속하다.
허나 다시 문 닫고 돌아 서니 그러하다.
보고 만진 것이 털 끝 만큼이나 될까.....
안다고 하는 것이 한 방울의 물만큼이라도 될까....
그저 종지기만한 맘이 휘적 될 뿐인데....
한 생각 옮기려다 보니 어느새 아무것도 없다.
아무 것도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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