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맛이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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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어느 맛이 맛난 차 맛인지 나는 모른다.
그냥 아무 맛 없는 이 맛이 아마 차 맛이려니 할 뿐이다.
차를 이야기하고, 차에서 도를 배우고.......그런다는데 나는 해 본적 없어 모르겠다.
어느 해 11월 선암사로 가는 길
모든 초목 이미 앙상하여 잔설 속에 묻혔고, 삭풍 불어 천지는 비명뿐이었는데
유독 새파랗게 청정 군락을 이룬 관목들을 보았다.
저게 뭘까?
나중에 듣고 보니 그게 차 나무란다.
선명하게 날 선 푸르름이 기막히게도 도도했다.
듣도 보도 못했던 야생 차나무를 나는 그 때 처음 보면서 놀라워했지.
저럴 수 있는 근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하면서
지금까지 그 차 맛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쉬움이고, 궁금증이다.
나는 지금 차를 우려 차의 빛을 살피고, 차향을 맡고, 차 맛을 본다.
제대로 만든 차인지 알 수는 없다.
짐작컨대 엉터리일거다.
찻물의 온도, 우리는 시간, 알맞은 분량........제대로 아는 게 없으니.
그런데도 이 떫은 차 한 모금에 가슴이 데워진다.
친구가 손수 농사 지은 차.
심고, 키우고, 수확하고, 말리고, 덖음질하고, 비비고, 털고........
한 뼘도 안 되는 여린 차나무 심어 이렇게 되기까지 친구가 흘린 땀과 열정을
나는 짐작도 어렵다.
지난여름 기습 폭우엔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를 온 몸으로 막았다고 했다.
깜깜한 밤 폭풍 휘몰아치는 산중에서 벌거벗고 포효하며 광란했을 내 친구
“드디어 미쳤구나. 제대로 미쳐 가는 구나”
“그래, 미치지 않고는 나 여기 이 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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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를 미치게 했는가?
무엇이 내 친구를 이런 농군이 되게 하였는가?
년년이 키워 참새 혓바닥만한 잎사귀 두어 개, 그게 결실이라면
별빛과 달빛과 이슬과 서리가 그리고 폭염과 광풍이, 혹한과 폭설이......
어김없이 머물고 갔을 자리,
그 잎사귀 그러하니 그 맛은 五味란 말이 정말 맞겠다.
아무 맛도 없는데, 없는 맛도 없는 그 맛.
달고 쓰고 떫고 짜고 신 맛....
그렇다고 그 맛이 또 다 같은 맛이 아니어서
최고의 향을 만드는 일이 차쟁이의 숙원 과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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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결국 그러한가.
내 친구 손길 안 닿은 데 없을 찻잎에 뜨거운 물 부어 우려내면서
나는 지금 차가 아닌 친구 마음을 그리고 그의 인생을 만나고 있다.
이 맑은 차 한 잔으로 혹여 내 영혼도 맑아 질수 있을까.
없는 듯 스치는 담담한 향에서 나도 그 향에 훈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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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를 만들어 낸 친구에게 고개가 숙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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